'사상최대 실적' 엔씨, 급락한 까닭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올 1분기에 반영해야 할 수익을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미리 잡은 데다 차익실현 매물도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5000원(4.75%) 하락한 30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최근 1년 신고가인 32만6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개장 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7% 늘어난 9836억원,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3288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환호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올 1분기에 잡을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 미리 반영돼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인 리니지에서 게임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선불카드를 판매한다. 아이템 결제 때 매출이 인식됐던 기존과 달리 선불카드를 유통사에 판매한 지난해 4분기에 카드 판매 수익을 한꺼번에 잡아 이익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한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삼모사’ 식으로 불어난 실적을 제외하면 지난해 엔씨소프트 실적은 ‘깜짝 실적’이 아니라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올 1분기에는 지난 분기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급등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두 달간 엔씨소프트 주가는 38%가량 올랐다. 이준규 부국증권 연구원은 “그간 주가를 밀어올린 것은 실적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며 “실적이 발표되자 추가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