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저온 추출 참기름 개발한 '방앗간 벤처'…미국·일본 진출
참기름은 몇 방울만으로도 군침 도는 고소한 향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양이 많아지면 음식의 다른 향을 덮어버린다. 독특하고 강한 향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이란 등을 제외한 나라에선 참기름을 잘 쓰지 않는다. 서양 요리사 중에는 참기름을 두고 ‘음식에 재(ash)를 뿌린다’고 불평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쿠엔즈버킷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참기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박정용 대표(사진)는 “그동안의 참기름은 철저히 공급자 위주로 제조됐다”며 “기존의 참기름을 혁신해 ‘제2의 올리브 기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저온 압착으로 새로운 참기름 만들어

[스타트업 리포트] 저온 추출 참기름 개발한 '방앗간 벤처'…미국·일본 진출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조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깨를 볶은 뒤 압착해 기름을 짜낸다. 마지막으로 불순물을 걸러내면 시중에서 파는 참기름, 들기름이 된다. 깨를 볶는 이유는 깨에서 기름을 쉽게 분리하기 위해서다. 보통의 참기름은 270도 이상 온도로 볶은 깨를 쓴다. 압착도 200도 이상에서 이뤄진다. 박 대표는 “깨를 고온으로 볶아 압착할수록 기름이 쉽게 분리된다”며 “하지만 깨가 타기 때문에 맛과 향이 강해지고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참기름과 들기름 맛은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편의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리포트] 저온 추출 참기름 개발한 '방앗간 벤처'…미국·일본 진출
쿠엔즈버킷의 기름은 원적외선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160도 이하에서 볶은 깨를 쓴다. 추출도 70도 이하에서 저온 압착한다. 이렇게 하면 고온 압착할 때보다 추출되는 기름의 양이 30% 정도 적다. 참깨와 들깨의 고소한 맛이 온전히 느껴지는 기름이 나온다. 향도 강하지 않아 활용도가 높다. 박 대표는 “커피콩의 품종과 원산지, 로스팅 방법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깨도 산지와 볶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며 “이렇게 제조한 기름은 올리브 기름처럼 드레싱, 페스토 등 다양한 음식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참기름을 제2의 올리브유로”

박 대표는 2012년 2월 쿠엔즈버킷을 창업했다. 직전 3년 동안 마케팅 회사를 다니며 전국의 전통식품 명인을 백화점과 이어주는 일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일하면서 전국의 참기름 명인을 많이 봤지만 제조 방법이 대동소이했다”며 “직접 새로운 참기름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은 했지만 지금의 결과물을 얻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저온 압착할 수 있는 기계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는 고온 압착용 기계만 판매했고 외국에선 올리브를 짜는 기계만 팔았다. 100개 가까운 회사를 찾아다닌 끝에 독일에서 지금의 저온 압착 기계를 들여왔다. 마지막에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터는 제약용으로 나온 것을 개조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2013년 3월부터 참기름과 들기름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장 겸 생산기기가 있는 서울 도곡동을 중심으로 ‘좋은 참기름’이란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2014년 6월 갤러리아백화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리츠칼튼호텔 등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여원이다.

지난해에는 4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스파크랩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도 했다. 여기서 받은 투자금을 활용해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공장을 세워 생산량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박 대표는 “올해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며 “한국의 참기름이 세계적인 식재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