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흔드는 '정치 리스크'] 미국·일본 주도 '중국 견제할 통상룰'…아베, 트럼프 만나 제안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가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무역과 투자 규칙을 공동으로 만들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7일 보도했다. 새로운 무역질서 개편을 추진 중인 중국을 견제하고, 제3국을 끌어들여 일본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광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모범 모델 구축을 위해 미국과 일본이 합의할 수 있는 적절한 ‘통상룰 만들기’를 미국 측에 요청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향후 양자 간 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FTA 협상 개시를 일본 측에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양자 교섭이)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TPP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일 FTA와 같은 양자 간 협상이 일본에 불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10월 타결한 TPP에 쌀 보리 설탕 소·돼지고기 유제품 등 ‘중요 5개 품목’에 대해 일부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관세도 부과하는 특별조항을 반영했다. 하지만 양자 간 협상이 추진될 경우 미국 정부는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TPP에서 합의한 내용보다 폭넓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양자 협상에선 미국이 TPP에서 합의한 수준을 최저선으로 하고 소·돼지고기는 관세를 완전 철폐하라고 강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이미 양자 간 농산물 협상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다. 1977년 미·일 간 소고기·오렌지 협상에 따라 1978년과 1984년 두 차례에 걸쳐 수입 물량을 확대했고 1991년부터 수입 물량 제한을 폐지했다. 일본 정부는 미·일 간 통상룰 만들기 공조를 통해 양자 교섭을 회피한다는 전략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