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7일 오후 3시40분

주로 국채, 우량 회사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온 국내 보험회사들이 사모펀드 부동산 등과 같은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로 기존 투자 방식으로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보험사 '수익률 갈증'…대체투자 늘린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BC파트너스가 조성하고 있는 70억유로(약 9조원) 규모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에 5000만유로(약 620억원)를 출자했다. 이 펀드는 유럽 및 북미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PEF로 국내 보험사가 바이아웃 펀드에 투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아웃 펀드는 ‘대박’을 낼 수 있지만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보험사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설명했다. 농협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올 연말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온 보험사들이 ‘공격 투자’로 선회한 건 저금리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국채 10년물(6일 기준 연 2.26%)이나 3년 만기 우량 회사채(AA등급 기준 연 2.20%)로는 목표 수익률을 낼 수 없어서다.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보험금(보장성 보험)과 이자(저축 보험)를 내주고, 각종 사업비를 충당하려면 가입자들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굴려 연 4% 안팎의 수익을 내야 한다. 보수적인 기존 투자 방식으로는 보험사가 버틸 수 없는 구조란 얘기다.

상당수 보험사들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채 및 우량 회사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은 미국에서 발행·유통되는 신용등급 ‘BBB-~A+’ 등급 회사채다. 미국 유럽 호주 등지의 대형 상업용 빌딩에 선순위 대출을 해 주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이런 투자는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연 4~6% 안팎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연 4% 안팎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보험사는 많지 않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현재 전체 자산의 70~90%가량을 수익률이 낮은 국채 및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일부 늘려도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보험사들은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현대해상의 바이아웃펀드 투자나 농협생명의 헤지펀드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보험사들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자산의 일부를 대체투자에 할애하기 시작했다”며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보험사들의 대체투자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창재/이지훈/김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