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계구우후(鷄口牛後)의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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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보다 공무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인 세태
법·예산·사례 타령뿐 혁신기술 적용은 뒷전
이젠 무사안일 타파하고 도전정신 벼려야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법·예산·사례 타령뿐 혁신기술 적용은 뒷전
이젠 무사안일 타파하고 도전정신 벼려야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정유년 닭과 관련된 한자성어를 생각하다 보니 ‘계구우후(鷄口牛後)’라는 말이 떠올랐다. 닭의 부리와 소의 꼬리라는 말로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말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라는 말도 있다. 아마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비록 작더라도 앞서나가고, 리더가 되는 것이 누구 뒤에서 혹은 큰 그림자 뒤에 숨어서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기상이 우리가 비록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이지만 지금까지 유지, 발전시켜온 근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17년은 세계적으로 여러 이슈가 있겠지만 산업, 경제 분야의 으뜸은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초고속 모바일 통신기술, 인간의 지적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초연결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대용량 데이터처리 기술 등은 우리 사회와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의 원동력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테크시티 등이 혁신적 창업을 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요람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창업 열기 또한 만만치 않다. 2015년 한 해 설립된 벤처기업이 443만개라니 우리나라 벤처기업 총 3만여개와 비교하면 인구의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혁신적 벤처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으니 올해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중국 기업들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상은 이와 반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는 지역마다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신기술 기반의 창업을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젊은이들은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400 대 1이라는 경쟁을 보이고 있다. 도전적인 중소기업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재수를 하면서까지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기백은 온데간데없고 소의 꼬리가 될지라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을 구하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어디 젊은이들뿐이겠는가. 공공기관을 비롯한 정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 혁신, 변화를 부르짖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국내 신기술 기반의 창업 혹은 중소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기업인 사이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정부에 제안할 때 항상 나오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가 회자하고 있다. 첫째는 관련 법령이 없어서, 둘째는 예산이 없어서, 마지막으로는 사례가 없어서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것이 2,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비된 법체계에 관련 법이 있는지, 1년 전에 짠 예산의 틀에 맞는지, 신기술이고 새로운 서비스인데 사례가 있는지 따지면서 정부사업에 적용하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면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성향을 탓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국내 한 핀테크 분야의 벤처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빅데이터 제품을 개발했는데 정부뿐만 아니라 대형은행들도 적용 사례가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고 해 거꾸로 해외에서 적용 사례를 만들어 국내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새로운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기술을 먼저 적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사례가 있으면 따라가겠다는 무사안일이 만연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을 비롯한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구우후의 기상과 도전 정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2017년은 세계적으로 여러 이슈가 있겠지만 산업, 경제 분야의 으뜸은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초고속 모바일 통신기술, 인간의 지적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초연결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대용량 데이터처리 기술 등은 우리 사회와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의 원동력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테크시티 등이 혁신적 창업을 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요람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창업 열기 또한 만만치 않다. 2015년 한 해 설립된 벤처기업이 443만개라니 우리나라 벤처기업 총 3만여개와 비교하면 인구의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혁신적 벤처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으니 올해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중국 기업들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상은 이와 반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는 지역마다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신기술 기반의 창업을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젊은이들은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400 대 1이라는 경쟁을 보이고 있다. 도전적인 중소기업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재수를 하면서까지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겠다는 기백은 온데간데없고 소의 꼬리가 될지라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을 구하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어디 젊은이들뿐이겠는가. 공공기관을 비롯한 정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 혁신, 변화를 부르짖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국내 신기술 기반의 창업 혹은 중소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기업인 사이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정부에 제안할 때 항상 나오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가 회자하고 있다. 첫째는 관련 법령이 없어서, 둘째는 예산이 없어서, 마지막으로는 사례가 없어서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것이 2,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비된 법체계에 관련 법이 있는지, 1년 전에 짠 예산의 틀에 맞는지, 신기술이고 새로운 서비스인데 사례가 있는지 따지면서 정부사업에 적용하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면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성향을 탓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국내 한 핀테크 분야의 벤처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빅데이터 제품을 개발했는데 정부뿐만 아니라 대형은행들도 적용 사례가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고 해 거꾸로 해외에서 적용 사례를 만들어 국내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새로운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기술을 먼저 적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사례가 있으면 따라가겠다는 무사안일이 만연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을 비롯한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구우후의 기상과 도전 정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