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아낸 중도세계, 아트상품으로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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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과 손잡고 국내 최대 아트공방 만드는 이왈종 화백
스카프·시계 등 200종 선봬
"그림 찾는 사람 많은데 소수에게만 소장 기회 생활용품에 이미지 넣었죠"
스카프·시계 등 200종 선봬
"그림 찾는 사람 많은데 소수에게만 소장 기회 생활용품에 이미지 넣었죠"
‘현대판 풍속화’로 유명한 이왈종 화백(72)은 마흔다섯에 서울 추계예술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제주 서귀포 정방폭포 인근에 삶의 봇짐을 내려놨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작업실에 앉아 그림에 매달린 그에게 지난 27년의 세월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의 세계였다. 제주의 영롱한 자연은 파노라마처럼 화폭에 들어앉아 ‘제주생활의 중도’라는 대표작으로 태어났다. 이 화백은 서양 현대미술이 득세하는 국내 화단에서 꿋꿋하게 한국화의 현대적 실험을 고수하며 손꼽히는 ‘스타 작가’ 대열에 올랐다.
이 화백이 새로운 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신의 그림을 새겨넣은 아트상품을 통한 작품의 대중화다. 지난 5일 서귀포 왈종미술관에서 만난 그는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요즘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트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왈종미술관에 아트상품 제작 공방을 마련하고 관람객과 관광객을 위한 매장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그동안 판화를 비롯해 와인, 막걸리, 스카프, 넥타이, 머그잔, 골프공, 시계 등 200여가지의 아트상품을 선보였다. 이우환, 김창열 화백 등 일부 생존작가가 오프셋판화와 컵, 쇼핑백, 도자기 등 서너 가지 아트상품을 내놓는 것에 비하면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 화백의 작품을 활용한 상품을 통해 판매와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국민은행과 협업해 달력 4만부를 제작했다. 2012년에는 산들벗(대표 정무균)과 손잡고 머루와 블루베리를 원료로 한 ‘마지끄무주 왈종 스페셜 아트와인’을 내놨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서귀포 왈종 막걸리’도 선보였다. 앞서 한정품으로 내놓은 청도 감 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건배주로 사용돼 화제를 모았다.
또 충남 서산시와 함께 한과세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드롭탑,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 한국도자기, 스카프 제조업체 당크 등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상품 제작부터 기획, 판매 등 모든 실무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난해 귀국한 아들 규선씨에게 맡겼다.
이 화백이 이처럼 아트상품에 ‘필이 꽂힌’ 이유는 뭘까. 그는 자신의 그림을 대중화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했다. 그림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작품 수가 워낙 적어 소수의 컬렉터에게만 소장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비록 원화는 아니지만 상품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아트상품을 떠올렸다. 미술과 상품의 연계를 통해 로열티 수입은 물론 작품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미술은 다른 것과 달라서 공산품과 융합하면 제품의 질을 높여줍니다.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영국 데이미언 허스트와 리바이스, 미국 제프 쿤스와 BMW의 협업이 이뤄낸 성공 사례를 보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국내외 아트상품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려면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급선무다. 그래서 저탄소 친환경 재료와 천연 소재를 활용해 실크스크린과 수제 기법을 동시에 채택했다. 표면에 나타나는 질감이 섬세하고, 색감이 생생히 살아나며 변색될 우려가 없어 영구 보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그가 눈여겨보는 타깃 소비층은 상품의 기능적인 측면과 예술이 결합된 상품을 선호하는 30~50대 여성이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 주도층이자 대부분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주부들이란 점에서다.
2012년 개관한 왈종미술관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이 화백은 사회공헌에도 열심이다. 2012년부터 5년간 대표 아트상품 오프셋판화전으로 얻은 수익금 1억2000만원을 유니세프에 기탁해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의 39번째 회원이 됐다.
서귀포=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이 화백이 새로운 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신의 그림을 새겨넣은 아트상품을 통한 작품의 대중화다. 지난 5일 서귀포 왈종미술관에서 만난 그는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요즘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트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왈종미술관에 아트상품 제작 공방을 마련하고 관람객과 관광객을 위한 매장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그동안 판화를 비롯해 와인, 막걸리, 스카프, 넥타이, 머그잔, 골프공, 시계 등 200여가지의 아트상품을 선보였다. 이우환, 김창열 화백 등 일부 생존작가가 오프셋판화와 컵, 쇼핑백, 도자기 등 서너 가지 아트상품을 내놓는 것에 비하면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 화백의 작품을 활용한 상품을 통해 판매와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국민은행과 협업해 달력 4만부를 제작했다. 2012년에는 산들벗(대표 정무균)과 손잡고 머루와 블루베리를 원료로 한 ‘마지끄무주 왈종 스페셜 아트와인’을 내놨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서귀포 왈종 막걸리’도 선보였다. 앞서 한정품으로 내놓은 청도 감 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건배주로 사용돼 화제를 모았다.
또 충남 서산시와 함께 한과세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드롭탑,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 한국도자기, 스카프 제조업체 당크 등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상품 제작부터 기획, 판매 등 모든 실무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난해 귀국한 아들 규선씨에게 맡겼다.
이 화백이 이처럼 아트상품에 ‘필이 꽂힌’ 이유는 뭘까. 그는 자신의 그림을 대중화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했다. 그림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작품 수가 워낙 적어 소수의 컬렉터에게만 소장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비록 원화는 아니지만 상품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아트상품을 떠올렸다. 미술과 상품의 연계를 통해 로열티 수입은 물론 작품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미술은 다른 것과 달라서 공산품과 융합하면 제품의 질을 높여줍니다.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영국 데이미언 허스트와 리바이스, 미국 제프 쿤스와 BMW의 협업이 이뤄낸 성공 사례를 보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국내외 아트상품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려면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급선무다. 그래서 저탄소 친환경 재료와 천연 소재를 활용해 실크스크린과 수제 기법을 동시에 채택했다. 표면에 나타나는 질감이 섬세하고, 색감이 생생히 살아나며 변색될 우려가 없어 영구 보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그가 눈여겨보는 타깃 소비층은 상품의 기능적인 측면과 예술이 결합된 상품을 선호하는 30~50대 여성이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 주도층이자 대부분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주부들이란 점에서다.
2012년 개관한 왈종미술관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이 화백은 사회공헌에도 열심이다. 2012년부터 5년간 대표 아트상품 오프셋판화전으로 얻은 수익금 1억2000만원을 유니세프에 기탁해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의 39번째 회원이 됐다.
서귀포=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