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랫폼의 네이버' 꿈꾸는 농협은행
농협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소비자가 농협은행 인터넷뱅킹 사이트가 아니라 제휴사 홈페이지나 앱(응용프로그램)에서도 계좌조회와 자금이체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농협은행이 금융서비스 기업을 넘어 금융분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개인 간(P2P) 대출업체 에잇퍼센트는 이르면 상반기에 에잇퍼센트 홈페이지에서 농협은행 계좌의 조회 및 이체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이 공식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앱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개인 고객의 금융거래를 오픈하는 첫 사례가 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외부 홈페이지나 앱에서도 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하는 수준의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농협은행이 구축한 오픈API를 기반으로 한다. 오픈API는 공공기관 은행 등이 시스템과 정보를 개방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서울시 교통정보를 이용한 지하철정보 앱 등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이 먼저 서비스를 내놓기로 한 것은 금융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농협은행 플랫폼을 이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지속적으로 나오면 금융 분야의 구글, 네이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최대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 플랫폼을 이용, 개인 금융거래를 분석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가계부 앱, 돈을 쓴 위치와 빈도를 지도에 표시해주는 앱 등이 등장했다. 독일 인터넷 전문은행 피도르뱅크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시스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협력업체 선정 공모전을 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영업 개시를 앞둔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스템 개발 단계부터 API 개방을 염두에 뒀다.

정부도 16개 은행이 참여한 은행권 공동 오픈API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에서 금융 거래를 하거나 실시간으로 은행 간 이자율, 상품 조건을 비교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해킹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보안성 확보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검증된 최신 보안 기술이 많아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