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이민 패러독스
경제학적 관점에서 불법 이민을 설명한 학자는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이민은 일자리와 직결돼 있으며 복지와도 결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이 일하든 일하지 않든 정부가 그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면 주민은 선거를 통해 이를 차단하려 들 것이다. 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복지 예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이민은 다르다. 이들은 주로 힘든 일에 종사하면서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민은 당연히 반긴다. 값싼 일자리를 찾으려는 기업도 좋아한다. 정부의 재정에도,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법적으로는 당연히 사라져야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필요악’이다. 미국의 흑인 노예나 독일의 터키계 이민, 프랑스의 아랍계 이민 등은 이 같은 불법 이민의 대명사다. 그는 이를 ‘이민의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이 패러독스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을 낳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 불법 이민의 성지(聖地)는 캘리포니아주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있는 곳이다. 노동인력이 많이 필요한 거대 규모의 농장도 즐비하다. 미국 식량 4분의 1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불법 이민자만도 240만명이 넘는다. 미국 전체의 22%가량이다. 이들이 내는 세금도 최소한 2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불법 이민자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까닭이다. 최저임금제도 가장 먼저 시행한 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는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면서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에 재정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캘리포니아주가 경찰을 연방이민법 유지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불법체류자 보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해 지역 경찰에 이민 단속 권한을 주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거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웃기는 일로, 범죄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미 연방을 탈퇴한다는 ‘칼렉시트’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미국 이민개혁 역사는 이민 제한에서 이민 개방으로, 이민 개방에서 다시 이민 제한으로의 길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불법 이민은 그 속에서 계속 커져 갔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이민자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프리드먼의 예측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