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바이아웃 펀드 1~2곳에 추가 출자…유럽 빌딩·미국 채권도 유망 투자처"
“올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1~2곳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 운용 자산의 2% 안팎을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이영철 현대해상 자산운용부문장(전무·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시작한 사모펀드(PEF) 투자를 코인베스트(공동투자)펀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무는 운용자산 29조원으로 국내 2위권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현대해상은 최근 영국계 PEF 운용사 BC파트너스가 조성하고 있는 바이아웃 펀드에 5000만유로(약 620억원)를 출자해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무는 “세컨더리펀드로 시작해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 바이아웃펀드 순서로 PEF 투자 난이도를 높여왔다”며 “올해 착실한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는 코인베스트펀드 투자에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보험사엔 아직 생소한 PEF로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저금리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현대해상은 지난 2년간 총 13개 PEF에 건당 2000만~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전무는 “약정 후 3년이 지나야 수익이 발생하는 바이아웃 펀드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2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PEF 투자를 늘려온 덕분”이라며 “앞서 투자한 재간접펀드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소웨스트 빌딩 투자를 결정하는 등 유럽 랜드마크 빌딩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투자한 영국 런던의 서티크라운플레이스 빌딩은 최근 매각차익만 40%를 남겼다.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 들어서는 ‘알리안츠 캠퍼스’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전무는 “해외 부동산은 위치와 임차인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웨스트 빌딩은 로레알이, 알리안츠 캠퍼스는 알리안츠그룹이 각각 향후 9년과 15년간 책임임차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주식 및 지분(에쿼티) 투자에 높은 요구자본을 충족시켜야 하는 신(新)지급여력제도는 대체자산 투자에 상당한 제약을 준다”며 “해외 부동산은 당분간 에쿼티 대신 중순위 대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공공기관, 대학교 등이 발행하는 채권에 집중 투자한 것도 국내 채권 투자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 전무는 미국 발전소, 송유관, 가스관 등 인프라 분야도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무는 “AA등급의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3~5% 수준으로 국내 채권 대비 수익률이 높다”며 “인프라 대출 역시 투자기간이 길고 4% 이상의 안정적인 이자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FRS17과 IFRS9 등 새 국제회계기준의 영향에 대해선 “IFRS9이 수익증권 등 위험자산을 곧바로 손익에 반영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대체자산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구조화 채권 등 일부 자산은 이미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금리정책 등 영향으로 투자환경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현대해상의 자산운용 전략은 명확한 목표치를 설정하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유창재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