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삼성 합병, 청와대 개입 없었다"
국민연금공단에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구속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사진)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은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공개변론에 나와 “당시 청와대에서 합병 관련 지시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는 2015년 5월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합병 찬성 여부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아니라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부인했다. 문 전 장관은 “담당 부서가 투자위에서 1차 표결을 하고 결정 나지 않으면 2차 표결을 전문위에서 하겠다고 보고했다”며 “그게 규정이라면 맞춰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투자위 위원 12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해 결정된 것으로 전문위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당시 삼성 합병 관련 사안을 정확히 알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 전 본부장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들과 마찰을 빚은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합병 발표가 2015년 5월26일이고 주주총회가 7월17일인데 그 사이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져 복지부 장관으로서 사태 대응이 무엇보다 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삼성 합병 과정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장의 교체와 관련한 전화를 청와대에서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전임자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전날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금융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에 개입한 의혹을 캐고 있다. 정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시절 최순실 씨 일가의 독일 정착을 도와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날 헌재가 양측 대리인에 오는 23일까지 ‘주장서면’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까지는 탄핵 결정이 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통령 출석’이란 변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 별도 기일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측은 이날 변론 후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할 계획이 있는지 14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한편 정기승 전 대법관과 이시윤·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등 원로 법조인 9명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을 신문광고로 실었다. 이들은 “국회가 아무런 증거조사 절차나 선례 수집 과정 없이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탄핵을 의결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은 중대한 위헌”이라며 탄핵 절차에 법리적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