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잠실역 주변부에 50층을 일부 지을 수 있게 된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한경DB
광역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잠실역 주변부에 50층을 일부 지을 수 있게 된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한경DB
서울시가 일반주거지역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재천명하면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광역중심(옛 부도심) 기능을 가지고 있어 부분적으로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단지의 호가는 급등했다. 반면 층수 제한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단지의 가격은 힘을 쓰지 못했다. 압구정 현대, 은마 등 층수 규제를 받는 단지들이 층수 제한의 문제점을 계속 공론화할 방침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압구정 현대 ‘하락’, 잠실5단지 ‘상승’

50층 '솟아날 구멍'…잠실5 하룻새 5천만원↑
서울시는 지난주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계획안을 반려한 데 이어 지난 9일 설명회를 통해 일반주거지역의 최고 층수 규제(35층)를 풀 생각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재건축 대상지 일부 구역이 광역중심에 포함되고, 광역중심에 해당되는 기능을 도입한다면 용도 변경(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을 통해 35층 이상 재건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초고층 재건축이 불가능한 압구정동 구현대 1·2·3단지 아파트는 1주일 새 2500만~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28억원에 거래된 구현대 1·2차 전용면적 172㎡는 현재 24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압구정 Y공인 대표는 “급매물 위주 호가는 작년 고점 대비 1억~3억원 가까이 떨어져 있다”며 “다만 돈 많은 집주인들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 추가로 호가가 더 떨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49층 초고층 계획안을 반려당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시세는 보합세를 보였다. 은마 전용 76㎡ 호가는 올초부터 11억~12억원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 1월 초엔 11억원 초반대였는데 지금은 11억5000만원가량으로 나오고 있다.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최근 인근 개포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 호가가 급등한 데 힘입어 층수 악재에도 불구하고 보합세는 유지하고 있다”며 “애초에 49층이 안 될 거라고 본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로부터 일부 동의 50층 재건축 가능성을 확인받은 잠실주공5단지는 하루 만에 가격이 5000만원 상승했다. 전날 14억원 수준이던 전용 76㎡ 주택형 호가는 이날 1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발표 전날까지만 해도 하루에 2000만원씩 호가가 떨어졌는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매도자들이 당분간은 분위기를 살피며 호가를 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지역이 아니라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용적률 800%를 적용,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여의도동 K공인 관계자는 “여의도는 강남 재건축과 달리 상업지역이 많고, 초고층 재건축도 원래부터 가능해 서울시 설명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은마, 초고층 계속 추진

은마아파트와 구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초고층 재건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오는 4월까지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 100명에게 서울시의 35층 규제가 합당한지 의견을 물어 서울시에 제출키로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내세우는 ‘2030플랜’은 한강변 규제여서 한강과 멀리 떨어진 은마와 관계가 없다”며 “추진위에서는 계속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대아파트 주민들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들어 국회에 집단으로 청원할 계획이다. 안중근 올바른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시의 2030플랜은 법적 근거도 없는 내부적 행정플랜일 뿐인데 마치 재건축가이드라인처럼 쓰이고 있다”며 “일률적 층수 규제는 행정권 남용이자 재산 강탈”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은마아파트처럼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은마아파트 주민과 연대해 집단으로 서울시 규제의 부당성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다.

윤아영/설지연/김형규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