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이인선·김종양…퇴직 고위 경찰들, 대기업서 '제2의 인생'
경찰 고위직 출신은 대기업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고위 경찰관 ‘모셔가기 경쟁’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순경 출신 경찰들은 손해보험사나 경비업체 등으로 이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은 지난해 8월 SK(주) 비상임 경영고문직으로 선임됐다. 앞선 5월 말에는 두산인프라코어 고문으로도 임명됐다. 그는 세계 각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외사통’으로 통한다. 2015년부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집행위원회 부총재를 맡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이인선 전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이 현대엔지니어링 상근자문으로 영입됐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경찰청 차장을 지내다 명예퇴직했다.

채한철 전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치안감)은 2013년 현대자동차에 영입돼 자문역(부사장급)을 맡고 있다. 경찰청 수사국장을 지낸 김용화 전 국장(치안감)은 현재 삼성전자 고문으로 일한다. 김 전 국장은 2004년 서울청 수사부장을 하며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지휘한 경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고위 경찰을 고문 등으로 영입하는 수요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은 지난 7일 경찰공제회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경찰청 산하기관인 도로교통공단과 경찰공제회,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임원 중에는 고위 간부 출신이 많다. 지난해 총경급 중에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상임이사와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로 취업한 경찰관도 있다.

경감 이하 경찰들은 손해보험사나 경비·보안업체 등으로 이직이 활발하다. 지난해 3월 한 경감은 중견보안업체의 ‘경비지도사’로 이직했다. 경위급에선 인력경비업체 사원이나 안전요원으로 가기도 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경찰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퇴직 경찰관 출신 인력을 대형마트 주차장에 대거 보안관으로 배치했다.

정년 퇴직 후 마땅한 재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경찰도 많다. 경찰청은 퇴직자를 위해 ‘취업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퇴직자가 센터에 들러 신청서를 제출하면 민간 용역업체를 통해 재취업을 알선받는다. 지난해 센터를 거쳐 재취업한 퇴직 경찰관은 1075명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60세 정년을 마치고 재취업하는 경찰 퇴직자가 대부분”이라며 “‘사회 취약계층’ 일자리와 겹쳐 재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100만~200만원의 저임금을 받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사계급 이상 경찰은 퇴직 후 3년 내에 민간업체에 취업할 때 취업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산하기관 재취업 자리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