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석 NH농협생명 CIO "헤지펀드·PEF 세컨더리에 주목…올해 해외 대체투자 7000억 집행"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 구주 인수(세컨더리) 시장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희석 NH농협생명 자산운용총괄 부사장(사진)은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헤지펀드를 비롯한 해외 대체투자에 총 자산의 1%인 7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넣을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사장은 보유 자산 65조원대의 NH농협생명과 8조원 규모인 NH손해보험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국민연금 해외투자·운용전략실장,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전무)을 거쳐 2014년 12월 부임한 김 CIO는 단기간에 NH농협생명의 체질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해외 대체투자 전담 부서를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만들었다. 김 CIO는 “70%가 넘던 채권 비중을 50%대로 낮췄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멈춘 해외 주식 및 대체투자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자산 내 채권 비중은 줄였지만 종류는 더 다변화했다. 미국 회사채 비중을 늘렸고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KP물)과 중국 국영기업채, 유럽 금융기관채 등을 새로 사들였다. 김 CIO는 “해외 투자를 시작할 땐 안정적인 채권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넓힌 뒤 자산군을 다변화하면서 점차 난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는 보험사로서 헤지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이런 준비를 통해 본격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CIO는 “헤지펀드 중에서도 가장 자금 회수 기간이 짧은 곳에 시범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PEF에도 직접 출자하는 게 아니라 세컨더리 시장을 먼저 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7200억원가량을 부동산 인프라 등의 해외 대체투자에 집행했다. 김 CIO는 “매년 자산 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1%포인트가량 높일 계획”이라며 “지난해 경험을 쌓은 해외 대체부 인력을 중심으로 20~30여개 자산에 300억원씩 집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성장의 축”이라며 “최근 금리가 소폭 올라 주춤한 미국 부동산의 대체투자처로 미 복합화력발전소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CIO는 신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자산 듀레이션(평균 잔존 만기)을 늘리는 것에 대해 “농협생명은 기존에 판매한 확정고금리형 보험상품이 적은 편이어서 듀레이션에 여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30년 만기 채권이 다양해졌고 해외 투자도 활발해 듀레이션 이슈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CIO는 “유사시 유동성을 확보하고 한·미 국채의 장기 금리차 확대에 따라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사두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지난 10일 기준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는 연 3.0056%, 한국 30년물은 연 2.184%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보험업계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연말 수익률을 맞추느라 장기채권을 파는 ‘자산 건전성을 해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했다. 보험사의 운용역 성과 평가에 대해서도 “연초에 세운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수익률에 직결되는 금리 등락과 시장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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