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과 강릉, 정선 3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최종적인 성공 여부는 대회를 통해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강릉과 정선에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관광지가 가득하다. 올림픽 개최 후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관광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경기와 함께 즐기기 좋은 강릉과 정선의 관광지를 살펴봤다.

드라마 ‘도깨비’로 떠오른 강릉

동해를 대표하는 도시인 강릉은 바다, 음식, 항구, 일출 명소 등을 갖춘 여행지다. 다채로운 관광지를 가진 여행지로 오랜 사랑을 받은 강릉은 이제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고 있다.

강릉에서 최근 떠오른 여행지는 TV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 중 하나인 강릉시 주문진항 방사제다. 드라마 주인공인 공유와 김고은이 처음 만난 장소이자 주인공의 심경이 변할 때마다 등장하는 명소 중의 명소로 꼽힌다. 주문진에 도착하면 비슷하게 생긴 방사제가 있는데 왼쪽에서 두 번째가 ‘진짜’다.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크게 설치돼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주말마다 방사제는 드라마 속 장면을 재현하는 사진을 찍으려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드라마 ‘도깨비’ 열풍이 중국마저 덮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났다. 드라마가 중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으나 설 연휴 전 주인공 공유는 웨이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열성 드라마팬들은 직접 주문진항 방사제를 찾아 유명한 장면을 추억하며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촬영지의 인기가 높아지자 강릉시는 주문진항 방사제 인근에 임시 주차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임시 주차장 위치는 주문진읍 교항리 48의 201 일대 미개통 도시계획도로로 도깨비 촬영지와는 250m가량 떨어져 있다. 강릉에 한류와 결합된 명소가 생긴 만큼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은 바다의 낭만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부터 강릉커피축제가 열리면서 전국의 커피 애호가를 불러 모으고 있다. 강릉에는 여러 커피 명인이 영업 중이다. 곳곳을 두루 돌면서 전문점마다 다른 방식의 커피를 맛보는 것도 추천 코스다. 커피 전문 박물관인 커피커퍼박물관(coffeemuseum.kr)도 찾아갈 만하다. 로스팅에서부터 분쇄, 추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강릉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출이다. 작은 어촌마을이던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온 이후 일출여행의 대명사로 재탄생됐다. 지금은 숙박시설, 카페, 식당으로 가득한 여행지로 거듭났다. 길이 6㎞에 달하는 경포해수욕장도 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일출을 본 뒤 관동팔경의 하나인 경포대를 둘러보면 예전 풍류객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다.

탄광촌이 문화 도시로 바뀌다

강원 정선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린 석탄산업의 메카다. 2004년 10월 이후 시간이 그대로 멈춘 사북석탄유물보존관(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 가보면 예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탄광과 예술이 결합된 삼탄아트마인은 최근 가장 떠오른 정선의 관광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중 하나로 등장하면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새 명소로 발돋움했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줄임말인 삼탄(Samtan)에 예술(art)과 광산(mine)을 합친 이름이다. ‘문화예술을 캐는 광산’이라는 뜻이다. 4만9000㎡의 너른 땅에 흩어져 있던 여러 건물은 낡고 빛바랜 옛 모습을 보존하는 한편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2013 공공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포함됐다. 사무동으로 쓰던 4층짜리 건물엔 갤러리, 역사관, 작가 레지던시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작가들이 장기간 머물며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15개방은 각각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의 ‘테마 룸’으로 꾸몄다. 카페는 모든 좌석을 창쪽으로 배치해 사철 모습을 바꾸는 함백산의 풍경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자연환경이 수려한 곳으로도 이름 높은 곳이 정선이다. 남면에 있는 민둥산(해발 1118m)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을 억새 여행지다. 등산로 초입에서 정상까지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하이라이트는 7부 능선을 지나 멀리 정상을 바라보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가을에 가면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억새의 바다가 펼쳐진다. 끝자리 2, 7일에 서는 정선오일장이나 토요일 주말장에 맞춰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이 밖에도 2005년 신동읍 방제리 정선아리랑학교에 개관한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에선 옛날 향수가 깃든 근·현대사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의 절벽 끝,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깐 시설이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도 긴장감을 더한다. 한반도 지도 모양을 한 밤섬과 동강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