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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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반등하지 못하고 한 달째 좁은 박스권(2060~2080)에 머물러 있다.

2~3주 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와 관련해 세금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통신 등 내수주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주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팔자'를 지속 중이다. 이들은 1월12일 이후 7거래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최근 2주간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는데 한국 등 이머징 경기(수출 포함) 모멘텀(동력)의 둔화 조짐과 함께 '달러 캐리' 환경이 주춤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2~3주 안에 세제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대내외 투자자들의 '달러화 가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법인세 인하에 따른 거시 경제적인 영향 역시 투자자들의 투자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 내외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자금 이동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반대로 감세로 인한 재정악화 가능성은 '달러화 약세'의 요인"이라며 "따라서 법인세 인하에 따른 환율 변동 요인은 서로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트럼프가 국경세 등을 부과하면서도 자국의 기업보호 및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환율'"이라며 "트럼프가 과연 2~3주 내 세금 정책을 내놓을 지도 궁금하지만, 발표한다고 해도 달러 가치가 오르면 어떤 효과도 노릴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매년 2월 첫째 주 월요일까지 예산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불문율'을 깨고 제출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3주가 그의 정책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강경 발언이 거세지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역시 꼭 점검해야 할 투자리스크 중 하나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무역전쟁, 물가상승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을 무기로 삼아 대미무역 흑자국에 대해 통상압박을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이 '현실성'은 낮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미디어·음식료·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배당 매력이 높은 금융·보험 등 내수주(株)로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주는 주가 변동성이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류용석 연구원도 "외국인의 수급 상황에 따라 주도주인 정보기술(IT)과 에너지 등의 상승 탄력이 약해지고 있어 12개월 주당순이익(EPS) 변화율 측면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금융·통신서비스 등을 매매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