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다섯 개의 봉우리
평창의 허다한 여행지 중 백미는 역시 오대산이다. 오대산은 1563m 비로봉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다섯 개 봉우리를 품고 있는 산이다. 산자락마다 방위에 따라 동대, 서대, 남대, 북대의 암자를 놓고 복판에 중대를 들였으니 산중에 다섯 개(五) 대(臺)가 놓인 셈이다. 오대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오대산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 이래로 1360년 동안 문수보살이 1만의 권속을 거느리고 설법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 불교의 성지다. 오대산의 많은 사찰 중에서 월정사의 이름값이 높은 것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기 때문이다.
비로봉 정상에서 볼 때 동대 너머의 청학산 쪽 소금강 지구는 바위산으로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이다.
◆천년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 오대산 자락에 있는 월정사로 들어가려면 1㎞ 남짓 이어지는 전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아름드리 전나무는 거인처럼 사람들을 굽어본다. 지금은 숲길이 됐지만 원래 월정사 전나무는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을 넘긴 전나무들이 씨를 퍼뜨려 숲을 이룬 것이다.
월정사에서 산길을 따라가면 상원사에 이른다. 거리는 8.8㎞로 빠르게 걸어도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상원사는 월정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라 신문왕 시절 보천과 효명 왕자는 불법에 뜻을 품고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형인 보천은 진여원이라는 이름의 암자를 짓고 수도했으며 동생은 북대 자리에 암자를 짓고 수도 정진했다. 두 왕자가 모두 출가하자 신문왕은 사람을 보내 형제에게 왕위를 이어줄 것을 간청했다. 형인 보천은 끝내 거절했고 동생 효명이 왕위를 계승했다. 보천이 기거하던 진여원이 지금의 상원사다. 조선 세조가 기도하러 상원사 문수전에 들어가려 하자 고양이가 옷자락을 물고 놓아주지 않아 법당을 수색해 보니 불전 뒤에 자객이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고양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상원사에 많은 땅을 하사했다고 한다. 문수전 앞에 고양이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종이기도 하지만 하늘옷 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동양 최대 초지 삼양대관령목장
평창의 또 다른 명소인 삼양대관령목장은 동양 최대 초지목장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 남한 전체 면적의 5000분의 1 규모를 자랑한다. 젖소와 육우 한우를 포함해 총 사육두수가 900마리에 이르며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거리는 4.5㎞로 이 구간 안에 양 방목지, 소 방목지, 타조 사육지, 연애소설나무 쉼터, 산책이 가능한 목책로 5개 구간을 비롯해 곳곳에 풍력발전기(총 53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명성이 높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