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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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주가가 13일 하락했다. 지난달 200만원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18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된다는 소식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를 앞두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지배구조 개편도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 "삼성그룹주, 당분간 약세 이어갈 것"

이날 오후 2시2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1만6000원(0.83%) 하락한 190만2000원에 거래중이다. 삼성물산(-2.35%) 삼성SDI(-1.60%)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다. 특검은 같은달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430여억원대의 뇌물을 준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특검이 뇌물공여 혐의를 뒷받침할 새로운 단서와 물증을 확보함에 따라 이 부회장을 재소환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그룹주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소환으로 주가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특검 소환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로 이어질 경우 주가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법리 공방과 재판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유추하긴 어렵다"면서 "과거 주요 대기업의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면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핵심 계열사 및 그룹주에서 부정적인 주가에 흐름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구속기소되거나 법리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주가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법' 통과 우려도 불안감 키워

'이재용 우려'에 떨고 있는 삼성그룹주…"당분간 변동성 확대"
정치권이 상법 개정안의 2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른바 '이재용법'이라 불리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를 늘릴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별도로 자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은 180만~200만원에 이른다. 현재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0.59%에 불과한 이 부회장이 승계에 필요한 추가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검 등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되고 자사주 법안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안 통과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자금 부담이 대폭 증가한다"며 "시가총액이 28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 유인 또한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