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최대 3조 규모 보유주식 매각 '만지작'
시중은행들이 장기 보유 상장주식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이 새로 도입되면 보유 주식 매각 차익이 손익이 아니라 자본으로 회계처리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까지는 매각 차익이 생기면 당기순익을 늘릴 수 있다. 올해 은행권이 매각을 검토하는 상장주식은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을 포함해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지분 0.7%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매각가치는 257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도 연내 포스코 보유지분 1.81%와 SK(주) 지분 2.49%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을 잡고 적절한 매각 시점을 찾고 있다. 보유 중인 포스코와 SK(주) 지분 가치는 각각 4400억원과 3880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보유 중인 주식은 대부분 단순 투자용으로 매입했거나 구조조정 관련 출자전환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경영참여 목적과는 무관하다. 신한은행은 SK네트웍스 지분 5.61%를, 우리은행은 포스코 지분 1%를 갖고 있다. 기업은행도 KT&G(6.93%)와 이마트(3.37%) 지분을 갖고 있다.

은행들이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서는 것은 내년부터 IFRS9을 추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유 주식을 팔 때 장부 가격과의 차액을 모두 손익계산서의 당기손익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대차대조표상의 자본계정인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당기손익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매입 원가보다 비싸게 팔면 그 차익만큼 일회성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하지만 내년부터는 자본만 늘어나게 된다”며 “매각한다면 순익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올해가 매각 적기”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각각 올해 11월과 내년 3월이라는 점도 보유 주식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경영 실적이 좋으면 아무래도 연임에 유리하게 마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마다 특정 기업과 전략적 제휴나 거래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아 모든 지분을 한 번에 매각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해당 기업은 물론 매수 희망자와 가격 등의 조건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IFRS9

IFRS9은 금융상품의 분류와 측정을 위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새로운 기준서로 2018년 1월 도입된다. 은행은 IFRS 일반기준 외에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 분류 등에선 IFRS9 기준을 적용받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