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파릇파릇한 10대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가 하면, 50세를 넘긴 백전 노장이 20~30대 후배들을 제치고 챔프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20대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오는 7월 만 24세가 되는 조던 스피스가 AT&T페블비치프로암을 제패하면서 올 시즌(2016~2017) 치러진 15개 대회에서 20대 챔프 8명이 배출됐다. 최근 7개 대회에선 연속으로 20대 챔프가 나왔다. 스피스의 절친인 24세의 저스틴 토마스가 3승을 챙긴 가운데 마쓰야마 히데키(25)가 2승을 달리고 있다. 코디 그리블(27), 매켄지 휴즈(27), 존 람(22) 등이 1승씩을 챙겼다. 허드슨 스와포드는 만 30세를 목전에 둔 지난 1월 커리어빌더챌린지에서 생애 첫 PGA투어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간 우승컵에 입맞춤한 30대와 40대는 4명에 불과하다.

20대 바람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PGA 코스 전장이 7500야드를 넘나드는 등 갈수록 길어지고 있어 힘들이지 않고 300야드를 펑펑 때릴 수 있는 장타력이 없으면 우승이 힘겹다. PGA투어가 글로벌투어의 비중이 커지면서 해외투어 출전을 위해선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를 견뎌내는 강철 체력도 필요하다. 조도현 프로는 “요즘에는 어릴 때부터 개인용 스윙분석기를 쓰는 등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훈련기법이 보편화돼 있어 20대만 돼도 감각이 절정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AT&T페블비치프로암에 출전한 노승렬(26)은 최종합계 9언더파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리는 선전을 펼쳤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톱10 진입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