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약품 도매상들의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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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mwise@hankyung.com
![[취재수첩] 의약품 도매상들의 몽니](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01.13331387.1.jpg)
정부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경제성이 없는 의약품을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일정 부분 원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하면 피해는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91%라는 가격하한선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 적발 횟수에 따라 1~6개월 업무정지를 당하고 네 차례 이상 걸리면 허가 취소를 받는다.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도매가격에 수액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도매상은 “중소의원 시장에서 수액 물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제약사와의 거래 관계에 따라 15~20% 정도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기초수액을 공급받아왔다. 제약사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전국 3만여개 중소의원의 의약품 유통을 장악한 도매상들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가격에 납품했다. 자사의 다른 의약품을 잘 팔아달라는 일종의 끼워팔기식 행태이기도 했다.
의약품 유통업계의 주장을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기초수액은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기초수액은 수술이나 입원한 환자에게 수분 전해질 당 등 기본적인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쓰인다. 정부가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약품이지만 1L에 1000~1300원 수준으로 가격이 낮다.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어서다.
기초수액이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제외되면 가격을 마음대로 높일 수 없는 제약사들은 기초수액을 생산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의약품 유통업계의 요구가 지나치게 느껴지는 이유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의약품 도매상에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