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수 RFHIC 대표는 “연구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5G 이동통신 부품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제공
조덕수 RFHIC 대표는 “연구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5G 이동통신 부품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제공
1999년 창업 이후 투자자들에게 “당신 돈 아니라고 막 쓰는 것 아니냐”는 말만 10년을 들었다. 첫 3년 동안 매출이 제로(0)였고, 이후 7년 동안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조덕수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 대표는 국내에선 거의 관심을 갖지 않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무선주파수(RF) 증폭기 연구개발(R&D)에 꿋꿋하게 매달렸다.

◆RF 증폭기에 GaN 첫 적용

통신장비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RFHIC는 통신 기지국의 효율을 높이는 RF 증폭기에 실리콘 대신 GaN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강소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GaN을 적용한 트랜지스터를 생산한다. 일반 실리콘 트랜지스터보다 단위 면적당 출력이 커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화합물반도체에 사용된다.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 전기차 분야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세계에 2~3개사를 꼽을 정도다.

GaN 증폭기의 시장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건 조 대표의 형 조삼열 기술사장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조 기술사장이 운영하던 RF 부품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동생인 조 대표가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합류했다. 형제는 일반 트랜지스터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아 나섰다. 공학박사였던 조 기술사장이 GaN 증폭기 생산을 제안했고, 조 대표도 “큰 물고기(높은 수익)를 잡으려면 큰 그물(차별화된 기술력)을 준비해야 한다”며 의기투합했다.

◆세계 3대 통신장비 업체가 고객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리라고 반대했다. “대기업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중소기업이 할 수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당시 불던 벤처 열풍에 힘입어 1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실적을 못 내 반기결산 때마다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10년이 지나서야 ‘한우물’만 판 결실이 서서히 나타났다. 외국산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양산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매출이 급증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기에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2013년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가 핵심 부품만 납품받겠다고 통보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조 대표는 낙담하지 않고 해외 기업들에 눈을 돌렸다. 이듬해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찾아갔다. 기기 소형화를 추진 중이던 화웨이에 단위 면적당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GaN 트랜지스터를 선보이며 납품 계약을 따냈다. 같은 해 6월에는 노키아, 8월에는 에릭슨과 납품계약을 맺었다.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들이 모두 고객이 됐다. RFHIC의 작년 매출 612억원 중 415억원은 수출이다.

◆시장점유율 20%까지 올릴 것

조 대표는 R&D 투자와 인재개발에 사활을 건다. 전체 매출의 10.3%(2015년 기준)를 R&D에 투자한다. 석사 출신 신입사원을 3~5년간 훈련시켜 엔지니어로 키운다. 직원 215명 중 30%가량인 65명이 연구원이다.

RFHIC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1000억원이다. 조 대표는 “전체 트랜지스터 시장에서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다해 당장 2~3년 뒤 치열하게 전개될 5세대 이동통신(5G) 트랜지스터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양=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