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른 ‘고영태 녹취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씨가 최순실 씨의 비서역할을 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통화하면서 생성된 녹음파일 2391개, 녹취록 29개의 ‘파괴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씨의 주가조작 정황 등이 담겨 있는데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검사팀이 눈감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세를 뒤집을 만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많고 탄핵심판 본질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고씨 관련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복사해 상당 부분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엔 고씨가 주가조작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화 내용을 포함해 고씨가 사익을 도모하려던 사례가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의 주가조작 의혹은 지난해 2월22일 통화내역에서 나왔다. 고씨는 이날 오전 9시께 김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사무실에 들어가 제일제강 주식을 다 팔고 마제스타를 사라”고 했다. 김씨가 “마?”라며 잘 못 알아들었다는 반응을 보이자 고씨는 “마제스타”라며 “빨리”라고 재촉했다. 고씨의 얘기를 들은 김씨는 “바로 살게요”라고 답했다. 고씨가 김 전 대표에게 자신의 주식을 대신 매매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고씨가 팔라고 한 제일제강 주식은 약 한 달 만인 3월18일 최준석 전 대표의 68억원대 횡령 혐의로 주권 매매거래 정지를 당했다. 반면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를 운영하는 마제스타는 3월25일 마카오의 카지노 대기업 멜코크라운 엔터테인먼트와 한국 진출을 논의하고 합작 회사 설립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고씨가 카지노업계 인맥을 이용해 내부자 정보를 입수, 주식투자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고씨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현 특별검사팀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용을 떠나 ‘고영태 녹취록’이 헌재의 심리 일정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측에서 추가 증인 신청 등을 통해 변론 연장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대통령 대리인단 관계자는 “녹취록에 고씨가 최씨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다수 담겨 있는 만큼 관련 인물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다.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어느 한쪽에서 추가변론을 요청하거나 증인·증거를 신청하면 재판부가 필요성을 판단해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된다. 대통령 측이 이 녹음파일과 관련해 증인을 신청하고, 헌재가 이를 채택하면 변론 일정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3월13일 이전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