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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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다. 박스권 하단이 2000선이란 말이 나올 만큼 하단이 탄탄한 상황이다.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 올 들어 대다수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상품별 온도 차이는 여전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형·정보기술(IT)업종이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은 종목에 집중하는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많이 담은 펀드만 ‘화창’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15개 펀드(설정액 1000억원 이상) 가운데 10개 펀드가 삼성그룹주 펀드 또는 대형주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 1조136억원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은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4.10%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2위다. 대형주 비중이 높은 ‘신한BNPP Tops Value’도 3.45%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9.66%에 달한다. 이 밖에도 ‘KB한국대표그룹’과 ‘삼성코리아대표’ 등도 연초 이후 3% 안팎의 수익률을 올렸다.

대형주 펀드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IT업종의 상승세 때문이다. 이 두 종목은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각각 6.43%, 11.85% 올랐다. 시가총액 1, 2위가 좋은 흐름을 보인 덕분에 대형주 지수인 코스피200 역시 3.11% 올랐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면 3%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분위기가 좋은 대형주 펀드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익률 상승으로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대형 IT주들의 몸값이 비싸질 만큼 비싸졌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신영밸류고배당’에서는 올 들어 1111억원이 탈출했고 ‘KB한국대표그룹’ ‘신영마라톤’ 등에서도 3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부진의 늪에 빠진 중소형주 펀드

중소형 주식을 집중적으로 담는 펀드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중소형주 시장의 온기를 알 수 있는 지표인 코스닥지수가 올 들어 오히려 떨어지는 등 좀처럼 돈이 돌지 않는 분위기다. 중소형주 시장엔 호재가 없어도 주가가 오른다는 이른바 ‘1월 효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설정액 9429억원인 중소형주 1위 펀드 ‘KB중소형주포커스’는 연초 이후 -2.47%를 기록 중이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설정액 3286억원)과 ‘동양중소형고배당’(1991억원) 수익률도 각각 -2.54%와 -1.55%다. 바이오 헬스케어 장세에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동부바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30%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6% 넘게 펀드 기준가가 하락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하락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라며 “당분간 수익률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낙폭이 크기 때문에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1년 이상 돈을 묻어둘 수 있는 투자자라면 중소형주 펀드의 기준가가 하락한 시점마다 분할 매수에 나서는 전략은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저금리 정책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선 성장주의 매력이 떨어진다”며 “3월 이후엔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들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