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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의 논점과 관점] 4차 산업혁명이란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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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오형규의 논점과 관점] 4차 산업혁명이란 호들갑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이다. 지난해부터 특히 난리다. 뉴스 검색 포털 카인즈에서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확연하다. 관련 기사가 2014년 23건, 2015년 85건에서 지난해 5594건으로 폭증했다. 올 들어선 벌써 3000건이 넘는다. 정부 기업 언론은 물론 대선주자들까지 입에 올리는 국민 유행어가 됐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이 계기였다. 5년 내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진다는 겁나는 보고서 탓이다. 연이어 알파고 쇼크까지 겹쳤다. 한국에서 유독 반향이 요란한 이유다. 그 덕에 다보스포럼 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의 책들도 대박이 났다. 슈바프는 턱없이 비싼 포럼에 몰려오고 책도 무더기로 사주는 한국인을 ‘밥’으로 여길 것 같다.

    대선주자도 가세한 국민 유행어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뭔가. 슈바프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생명공학, 물리학 등을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했지만 디테일이 없다. 시사용어사전을 봐도 ‘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 ‘기존 사업영역에 물리, 생명과학, 인공지능을 융합해 생산·관리·경영 전반의 변화를 일으키는 차세대 혁명’ 등으로 피상적이다.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한참 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1차(증기기관·석탄), 2차(석유·전기·전화), 3차(인터넷·신재생에너지) 산업혁명처럼 에너지원과 통신수단의 획기적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보다는 생산 고도화를 지향하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이나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이란 제러미 리프킨의 진단이 더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부박한 한국의 지적 풍토에선 4차 산업혁명이란 신조어에 확 끌렸다. 뭐든 새로운 게 최고라는 ‘새것 콤플렉스’다.

    산업혁명은 아널드 토인비가 지적했듯이 격렬한 사건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축적돼온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 과정이다. 영국의 산업혁명도 70년간의 공업화를 총칭한 것이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듯 급작스런 사건이 아니었다. 오늘날 기술혁신은 범위를 특정할 수도, 미래를 예단할 수도 없다. 어떤 신기술이 나올지, 기술 간 융·복합 속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먼 훗날 이 시기를 4차 산업혁명기라고 규정할 뿐이다.

    '현대판 적기조례'나 만들지 마라

    그럼에도 ‘혁명’이란 이름에 정치혁명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의 정치권이 그렇다. 표밖에 모르는 대선주자들이 모처럼 미래를 언급했으니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인식 수준을 보면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나았지 싶다.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은 알고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과거 정보고속도로를 토목공사쯤으로 여긴 해프닝을 연상케 한다. 심지어 4차 산업혁명을 재벌개혁 근거로 삼겠다는 후보도 있다.

    대선주자들이 진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걱정이라면 ‘뭘 하겠다’보다 ‘뭘 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맞다. 인터넷 속도가 세계 최고이면 뭐하나. 한국에서만 안 되는 게 원격진료다. 스타트업이 잘나간다 싶으면 ‘입법 족쇄’부터 채운다. 핀테크를 강조하면서 은산 분리 도그마에 빠져 결사반대다. 일하는 방식도 유연하고 스마트해져야 할 텐데 노동개혁은 절대불가란다. 여의도의 규제 공장에선 지금도 ‘현대판 적기조례(자동차 속도를 보행속도로 제한한 법률)’를 찍어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되는 게 없는 나라에서 무슨 4차 산업혁명인가.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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