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주식시장도 반기업 정서가 걸림돌…상속세 부담 낮추면 소액주주도 이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권 상실 우려 없어야 주주 이익 신경쓸 수 있어
![[이제 다시 주식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주식시장도 반기업 정서가 걸림돌…상속세 부담 낮추면 소액주주도 이익"](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336641.1.jpg)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에게 국내 주식시장에 만연한 불신과 패배주의의 원인을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한국은 제도적으로 미국의 니프티피프티(미국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50개 우량주)처럼 투자자에게 믿음을 주는 상장사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현재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증권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쳐 금융시장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지목한 국내 기업 생태계의 제도적 결함은 상속세였다. 기업 오너가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주려면 보유 주식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율이 55%인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은 더 가혹하다. 가산세율이 더해지면서 보유 지분의 65%로 세율이 뛴다. 오너의 지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쉽게 상속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황 회장은 “세금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세금을 낸 뒤 경영권을 지키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며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합병해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등 다양한 꼼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오너 가족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시장이 기업 구조개편 이슈를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상장사의 구조를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금을 쟁여두기 위해 배당이나 투자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같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재료들이다. 황 회장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설명만으로 소액투자자를 다독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긴 힘들다고 했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반기업 정서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주체가 기관투자가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황 회장은 “기관투자가가 주주 이익을 대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주자본주의가 성숙해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상장사가 주주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국내 상장사의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