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환율 조작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중국과 일본이 아니라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주장했다. 2011년 이후 일본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고 중국은 위안화 가치 절하보다 방어에 힘을 쓴 반면 한국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기사다. 더구나 이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감시한다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무역에서 놀랄 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FT가 일본을 대신해 무언가를 주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FT는 2015년 7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인수했다.

FT가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거론하는 근거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총생산의 8%, 대만은 15%에 이르지만 일본은 GDP의 3%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GDP 3%를 초과하는 경우를 환율조작국으로 정한다는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나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향 개입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입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소위 불황형 흑자다. 소비와 투자의 위축, 그리고 인구적 요인 등이 거론된다. 흑자 규모도 그렇다. 대미 무역흑자(2015년 기준)만 해도 중국은 3561억달러로 한국(302억달러)의 12배에 가깝다. 일본 또한 676억달러로 한국의 두 배를 넘는다. 독일이나 멕시코보다도 훨씬 적다. 환율 변동성만 해도 일본 엔화가 원화의 1.5배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을 시행하면서 엔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해 왔다. 일본은행은 내수 진작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폈다고 말하지만 엔화 저평가를 은근히 즐겨왔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다. FT의 이번 보도는 지나친 일본 편들기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 외신에 대한 기민한 대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