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신명당자리'는 어디…안철수·유승민 '한지붕 두 캠프'
대권 싸움만큼 뜨거운 게 대선 후보들의 캠프 ‘명당 찾기’ 경쟁이다. 과거 대선주자들은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명당 건물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주자들은 대통령을 낸 빌딩 대신 새로운 자리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서울 여의도 새 더불어민주당 당사.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울 여의도 새 더불어민주당 당사.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대통령을 낸 최고 ‘명당’은 국회 앞에 있는 대하빌딩이다. 대하빌딩은 지금까지 대통령 3명과 서울시장 2명이 거쳐간 곳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평민당을 창당하면서 대하빌딩에 둥지를 틀었고, 1997년 대선 당시에도 이곳에 캠프를 차렸다. 2008년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외곽조직이, 2012년엔 박근혜 대통령 경선캠프가 이곳에 차려졌다. 이 밖에 1995년 조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1998년 고건 서울시장 후보 캠프 등도 대하빌딩에 있었다.

대하빌딩 건너편에 있는 한양빌딩은 ‘당사 명당’으로 꼽힌다. 한양빌딩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200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당사로 쓰며 대선 승리를 이뤘다. 한양빌딩 옆 금강빌딩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선 캠프가 있었던 곳이다. 금강빌딩 건너편에 있는 용산빌딩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가 들어섰던 곳이다.

하지만 19대 대선에 뛰어든 주자 중 이들 건물에 입주한 사람은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하빌딩의 대각선에 있는 ‘대산빌딩’을 선택했다. 이곳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당 대표가 될 때 캠프가 있던 곳이다. 최근 민주당에서 200억원을 들여 새 당사를 꾸린 ‘장덕빌딩’이 바로 뒤에 있어 당사와의 접근성도 좋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 캠프에서 200m가량 떨어진 동우국제빌딩에 선거 캠프를 차렸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민주당의 싱크탱크(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이 있던 자리다. 지난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2015년 문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캠프가 있던 곳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의당이 5개 층을 당사로 쓰는 ‘B&B타워’ 2개 층에 자리잡으며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공교롭게도 모두 ‘산정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과거 문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대표실로 사용한 신동해빌딩 7층에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다른 주자들과 멀리 떨어진 마포역 인근 다보빌딩에,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건너편인 진미파라곤에 캠프를 차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