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오른쪽 세 번째)이 14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오른쪽 세 번째)이 14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증인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추가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심판 일정에 속도를 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14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에서 이날 증언이 예정됐으나 불출석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의 증인 신문을 취소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박 대통령 측이 이날 추가로 법정에 불러달라고 한 이진동 TV조선 부장과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보좌관에 대해서는 “직접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증인이 아니라 채택하지 않겠다”며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재 지정된 마지막 변론기일인 이달 22일 직후를 기점으로 변론을 마무리 짓고 3월13일 이전에 선고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날 변론에서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재판관(66)이 전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재판관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는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할 때도 대통령의 뇌물수수 행위는 인정되지 않아 직권남용과 강요죄로 기소했고,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증됐고 삼성 관련 소추는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재판관이 발언을 마치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원군’이 온 듯 반겼다. 강 재판관은 “이 변호사가 오셔서 변론하니 이제 좀 형사재판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 사건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다루는 엄중한 사건인데 마치 대통령이 피고인인 것처럼 재판이 진행돼 안타까웠다”고 했다. 탄핵심판이 형사재판이 아닌 만큼 헌법 법리에 근거해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날 변론에는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대표만 참석해 증인 신문을 받았다. 당초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뚜렷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출석하지 않았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증인 신문이 끝난 뒤 “헌법재판소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있다”며 “탄핵심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여러 시도에 다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 사건 탄핵심판은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리에 따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 대리인 관계자도 (헌재의 공정성에) 우려되는 언행을 법정 안팎에서 하지 말아달라. 심판정 밖의 고성과 소음 탓에 심리 진행이나 업무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