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제 생물올림피아드에 나간 고등학교 때부터 연구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공과목을 외과로 선택한 것도 연구에 필요한 조직을 얻기 쉽다는 이유에서였죠. 여가 시간을 쪼개 연구하다 보니 국제학술지에 20편의 논문을 낼 수 있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레지던트 4년차 김서기 씨(사진)는 “남는 시간에 휴식 대신 공부를 했다”며 “의지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4년 동안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에 20편의 논문을 실었다. 갑상샘암 진단, 치료 등에 관한 임상 논문이다. 대학병원 외과 전공의는 수시로 응급 환자 호출을 받기 때문에 잠잘 시간도 쪼개 근무할 정도로 바쁘다. 이런 환경에서 이처럼 많은 논문을 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씨는 그 비결로 병원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50명 정도 전공의가 교대로 당직 근무를 하는데 업무 분담이 명확하고 휴가도 보장된다”며 “퇴근 후 아무도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문 쓰는 것을 연애에 빗댄 그는 “호기심이 있어야 상대에게 다가갈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논문도 주제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야 한다”며 “성취를 위한 인내심도 필수”라고 했다. 이달 말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는 김씨는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연구하며 군 복무를 할 계획이다. 그는 “갑상샘암 진단과 치료의 ‘국제 기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