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경영권 포기" 돌발상황…SK하이닉스에 기회?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지분 입찰에 들어간 SK하이닉스가 예상외의 상황을 만났다. 이르면 지난주, 늦어도 이번주 초로 예상되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 측이 경영권까지 팔 수 있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면 경쟁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즉시 경영권 인수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 14일 상장사 결산자료 제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고 결산발표를 미뤘다. 도시바는 “일부 경영자가 회계처리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잠정 실적만 공개했는데,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손실만 7125억엔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말 기준 부채가 자본보다 1912억엔이나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가는 14일 약 8%에 이어 15일 추가로 10% 넘게 하락했다.

도시바가 2016회계연도 결산시기인 오는 3월 말까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등 난국에 직면한다.

도시바는 이 때문에 알짜인 반도체사업을 분사해 지분을 매각하려는 등 자본확충을 추진해왔다. 애초 반도체를 분사해도 경영권은 유지하기 위해 20% 미만의 지분만 팔 계획이었다. 그러나 14일 이런 방침을 바꿨다.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분사되는 반도체사업의 외부출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권을 넘기는 문제에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현재 입찰엔 SK하이닉스와 대만의 폭스콘,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 10여개사가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지분 매각에 대해선 확인해줄 게 없다”며 “진행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