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수구 노조' 타락에 눈감은 '진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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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권력' 틀어쥔 대형 노조들 막강 자금·조직력에 정치권도 눈치
'야리끼리''이대로 쭉~'에 곳곳 피멍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야리끼리''이대로 쭉~'에 곳곳 피멍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노조가 작업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노조 대 경영의 권력비율은 90 대 10이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실상을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엊그제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 1년간 숱하게 현장을 방문하고 임직원 50여명과 인터뷰를 한 끝에 쓴 책, 가 보지 않은 길 - 한국의 성장동력과 현대차 스토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다. ‘공장 권력’을 틀어쥔 노조원들의 행태는 ‘야리끼리’(해치운다는 뜻의 일본어)라는 은어를 통해 대변되고 있단다.
“쉽게 말하면 노는 거죠. 컨베이어 스피드를 마음대로 당겨서 8시간(일할 것)을 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거.” 송 교수가 노조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고백이다. 이런 말도 했다. “한 사람이 두세 공정을 한꺼번에 해치우면 옆의 동료는 그냥 논다. 일을 몰아서 하는 사람은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을 가리켜 ‘절반만 일하고, 절반은 누워 잔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런 현대차 정규직 노조원들의 평균연봉이 9600만원에 이른다. ‘등 따습고 배부른’ 이들이 달리 바랄 게 있을까. ‘그냥 이대로 쭉~’이다. “현대차 노조는 ‘일은 적게, 돈은 많이, 고용은 길게’라는 세 가지 목표가 전부다. 회사는 신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조립공정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공정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어마어마한 저항이 혁신을 막고 있다.”
가진 것이 너무 많고 좋아서,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한사코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을 ‘수구(守舊)’라고 한다. 현대차 노조에 딱 들어맞는다. ‘수구’의 전형이다. 그런데 아뿔싸, 현대차 노조만이 아니다.
항운·버스 등의 노조에서는 간부들이 ‘일자리 장사’를 공공연하게 벌인 지 오래다. 몇 달 전 취업비리로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1000만원을 확정 판결받은 전직 부산항운노조 지부장 사례는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7년 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형을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임수재 전과자가 버젓이 복귀해 똑같은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곳, 그게 항운노조다.
주요 도시 버스노조 지부장들이 정규직 채용이나 근로계약 연장 알선을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챙겼다가 적발된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노조 간부 가족들이 채용 브로커로 나설 정도다.
최근 검찰이 발표한 ‘한국GM 노조 간부 채용장사’ 사건은 이런 비리의 끝장을 보여줬다.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구직 희망자들로부터 1인당 2000만~7500만원씩 뒷돈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은 회사 임원은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켰다. 한국GM에 입사한 2012~2016년 정규직 합격자의 35%(123명)가 이렇게 뽑혔다. 전직 노조 지부장 집 화장실 천장에서 4억원 현금 뭉치가 발견되기까지 했다.
기가 막히는 것은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채용장사에 가담했다는 회사 임원의 진술이다. ‘노조 과(過)보호’로 기울어진 한국의 노사관계 법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키워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잘못을 바로잡아 나가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엊그제 네 건의 청문회 개최 안건을 심의한 끝에 야당이 요구한 삼성전자(백혈병 피해자 문제)와 MBC(해고 문제), 이랜드파크(부당노동 혐의) 청문회만 의결하고, 한국GM 노조의 불법채용 문제는 청문회 대상에서 제외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진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막무가내와 억지를 부리는 걸까.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 동원력으로 무장한 대형 노조들의 위세(威勢)가 그만큼 대단해졌다.
송 교수는 ‘괴물’ 노조 문제를 고발하면서 “노조의 반격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붙어보자는 얘기다. 정작 공론의 장(場)을 마련해야 할 국회는 꽁지를 내리고 있다. 왜 세금을 대줘야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실상을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엊그제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 1년간 숱하게 현장을 방문하고 임직원 50여명과 인터뷰를 한 끝에 쓴 책, 가 보지 않은 길 - 한국의 성장동력과 현대차 스토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다. ‘공장 권력’을 틀어쥔 노조원들의 행태는 ‘야리끼리’(해치운다는 뜻의 일본어)라는 은어를 통해 대변되고 있단다.
“쉽게 말하면 노는 거죠. 컨베이어 스피드를 마음대로 당겨서 8시간(일할 것)을 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거.” 송 교수가 노조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고백이다. 이런 말도 했다. “한 사람이 두세 공정을 한꺼번에 해치우면 옆의 동료는 그냥 논다. 일을 몰아서 하는 사람은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을 가리켜 ‘절반만 일하고, 절반은 누워 잔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런 현대차 정규직 노조원들의 평균연봉이 9600만원에 이른다. ‘등 따습고 배부른’ 이들이 달리 바랄 게 있을까. ‘그냥 이대로 쭉~’이다. “현대차 노조는 ‘일은 적게, 돈은 많이, 고용은 길게’라는 세 가지 목표가 전부다. 회사는 신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조립공정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공정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어마어마한 저항이 혁신을 막고 있다.”
가진 것이 너무 많고 좋아서,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한사코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을 ‘수구(守舊)’라고 한다. 현대차 노조에 딱 들어맞는다. ‘수구’의 전형이다. 그런데 아뿔싸, 현대차 노조만이 아니다.
항운·버스 등의 노조에서는 간부들이 ‘일자리 장사’를 공공연하게 벌인 지 오래다. 몇 달 전 취업비리로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1000만원을 확정 판결받은 전직 부산항운노조 지부장 사례는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7년 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형을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임수재 전과자가 버젓이 복귀해 똑같은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곳, 그게 항운노조다.
주요 도시 버스노조 지부장들이 정규직 채용이나 근로계약 연장 알선을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챙겼다가 적발된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노조 간부 가족들이 채용 브로커로 나설 정도다.
최근 검찰이 발표한 ‘한국GM 노조 간부 채용장사’ 사건은 이런 비리의 끝장을 보여줬다.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구직 희망자들로부터 1인당 2000만~7500만원씩 뒷돈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은 회사 임원은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켰다. 한국GM에 입사한 2012~2016년 정규직 합격자의 35%(123명)가 이렇게 뽑혔다. 전직 노조 지부장 집 화장실 천장에서 4억원 현금 뭉치가 발견되기까지 했다.
기가 막히는 것은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채용장사에 가담했다는 회사 임원의 진술이다. ‘노조 과(過)보호’로 기울어진 한국의 노사관계 법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키워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잘못을 바로잡아 나가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엊그제 네 건의 청문회 개최 안건을 심의한 끝에 야당이 요구한 삼성전자(백혈병 피해자 문제)와 MBC(해고 문제), 이랜드파크(부당노동 혐의) 청문회만 의결하고, 한국GM 노조의 불법채용 문제는 청문회 대상에서 제외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진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막무가내와 억지를 부리는 걸까.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 동원력으로 무장한 대형 노조들의 위세(威勢)가 그만큼 대단해졌다.
송 교수는 ‘괴물’ 노조 문제를 고발하면서 “노조의 반격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붙어보자는 얘기다. 정작 공론의 장(場)을 마련해야 할 국회는 꽁지를 내리고 있다. 왜 세금을 대줘야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