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세대학교 페이스북
사진=연세대학교 페이스북
[ 조아라 기자 ] 연세대가 새 학기를 앞두고 공개한 응원가가 여성을 대상화하고 학벌주의를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연세대 공식 페이스북에는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필수 연세 응원가! 와이온(연세대 SNS 학생기자단)이 신입생들을 위해 특별히 노래방 버전으로 배우기 쉽게 제작했다"는 소개글과 함께 이 대학 응원가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 속 문제의 노래는 '우(Woo)'라는 곡으로 "자 이제 우리가 너희들을 깐다 여기 저기~ 계속 못생겼어 고대 쉐이크 잇(Shake it)~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여기저기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이고" 등의 가사로 이뤄져 있다.

몇 년 전부터 불려지던 이 응원가가 새삼 논란이 된 것은 이 노래를 두고 "여혐(여성혐오)과 학벌주의의 대환장 콜라보"라는 문제제기가 되면서부터다.

이화여대 재학생 남지우 씨(20)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문제적인 가사의 행진이 이 글을 쓰게 했다"면서 "이 노래의 여혐 킬링(killing) 포인트는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다. 이 노랫말은 이대와 숙대를 '대한민국의 어느 명문 남자 대학생의 여자친구' 정도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놀이의 주체는 언제나 남학생"이라고 짚은 남 씨는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위치는 가깝지만 '덜 명문대'인 곳이랑은 짝을 안 맺어 준다는 것이다. 여대와, 그 여대보다 더 높은 학벌을 자랑하는 대학을 강제로 매칭시키면서 성별 기득권과 학벌 기득권을 동시에 차지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응원가는 남성 중심주의가 짙게 깔려있다. '이대와 숙대에게 차인다'는 가사는 응원가를 부르는 학생들을 잠정적으로 '남성 이성애자'로 규정했다. 남녀공학이지만 이 대학 여학생들의 존재는 응원가 어디에도 없다.

'짝짓기' 대상 역시 인근 여대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대와 숙대 학생들을 언급했다. 학벌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진욱 서강대 여성학협동과정 주임교수(일반대학원)는 "응원가 내용이 '여혐'이라기보다는 남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성평등에 입각한 젠더 감수성을 발휘하는 학생들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마초적 응원문화'가 이 같은 논란을 불렀다고 봤다. 학생들이 남성중심적 응원문화에 젖어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로스포츠 경기 속 치어리딩 퍼포먼스를 보면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마초적 응원문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해당 노랫말에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연세대 응원단 측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지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이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는 해당 응원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어떻게 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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