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어도 좋아"…졸업 후 1년간 '자발적 백수' 택한 KAIST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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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배낭 메고 세계일주한 박성호 씨
"책 쓰고 강연하면서 미래 준비하겠다"
"책 쓰고 강연하면서 미래 준비하겠다"
[ 김봉구 기자 ] “졸업하고 1년 동안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요. 조금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고민해볼 겁니다.”
오는 17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졸업장을 받는 박성호 씨(25·사진)의 4학년 생활은 여느 대학생과 달랐다. 별다른 취업 준비나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학교 밖’을 경험한 그였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대다수 KAIST 학생들처럼 “당연히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박 씨는 “친구들에 비해 늦는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그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닌 것 같았다. 여행을 해보니 공부보다 다른 일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여행은 스케일이 컸다.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 2015년 한 해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6개 대륙 20개국 90여 개 도시를 돌았다. “군 제대 후 2014년에 복학했어요. 열심히 공부해 학과 1등도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하지가 않더라구요.”
사실 박 씨는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아우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고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도 산업디자인학과 우수 졸업작품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비행기 요금 80만 원과 여비 50만 원만 지닌 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것이 세계일주의 시작이었다. 호주의 시골 바나나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파스타 1인분을 조리해 하루 두 끼를 해결할 정도로 독하게 돈을 모은 박 씨는 다시 여행을 떠났다.
“내게 행복이란 뭘까? 내가 하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하잖아요. 저는 대학 졸업 전에 그 답을 찾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어요.”
원하던 답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여행하면서 조금씩 알아나갔던 것 같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뤄가는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긴 경험 속에 스스로 깨달으니 그 가치와 감동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고도 했다.
“저는 정말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한 박 씨는 “다른 사람이 불행할 때와 혼자만 행복을 느낄 때, 딱 두 가지 경우에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제가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박 씨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KAIST 학생들 대상 토크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졸업 학기인데 뭔가 학교에 남기고 싶어서 일을 벌였죠. 주최·주관 없이 지인들 도움을 받아 기획부터 홍보, 디자인, 강연까지 직접 했어요.” 그의 독특한 스토리는 여러 지면과 방송에 소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앞으로 1년간 ‘자발적 백수’를 택한 박 씨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줘 행복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기 형식의 책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함께 졸업하는 학생들을 향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스스로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내게는 그게 여행이었을 뿐”이라면서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자.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오는 17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졸업장을 받는 박성호 씨(25·사진)의 4학년 생활은 여느 대학생과 달랐다. 별다른 취업 준비나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학교 밖’을 경험한 그였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대다수 KAIST 학생들처럼 “당연히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박 씨는 “친구들에 비해 늦는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그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닌 것 같았다. 여행을 해보니 공부보다 다른 일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여행은 스케일이 컸다.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 2015년 한 해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6개 대륙 20개국 90여 개 도시를 돌았다. “군 제대 후 2014년에 복학했어요. 열심히 공부해 학과 1등도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하지가 않더라구요.”
사실 박 씨는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아우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고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도 산업디자인학과 우수 졸업작품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비행기 요금 80만 원과 여비 50만 원만 지닌 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것이 세계일주의 시작이었다. 호주의 시골 바나나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파스타 1인분을 조리해 하루 두 끼를 해결할 정도로 독하게 돈을 모은 박 씨는 다시 여행을 떠났다.
“내게 행복이란 뭘까? 내가 하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하잖아요. 저는 대학 졸업 전에 그 답을 찾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어요.”
원하던 답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여행하면서 조금씩 알아나갔던 것 같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뤄가는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긴 경험 속에 스스로 깨달으니 그 가치와 감동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고도 했다.
“저는 정말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한 박 씨는 “다른 사람이 불행할 때와 혼자만 행복을 느낄 때, 딱 두 가지 경우에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제가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박 씨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KAIST 학생들 대상 토크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졸업 학기인데 뭔가 학교에 남기고 싶어서 일을 벌였죠. 주최·주관 없이 지인들 도움을 받아 기획부터 홍보, 디자인, 강연까지 직접 했어요.” 그의 독특한 스토리는 여러 지면과 방송에 소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앞으로 1년간 ‘자발적 백수’를 택한 박 씨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줘 행복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기 형식의 책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함께 졸업하는 학생들을 향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스스로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내게는 그게 여행이었을 뿐”이라면서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자.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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