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인재 엑소더스] 지멘스·머스크가 동시에 매달린 '빅데이터 권위자'
짐 하게만 스나베 전 SAP 최고경영자(CEO·51·사진)는 요즘 글로벌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지멘스는 지난 1일 그를 차기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영입했다. 1주일 뒤인 8일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덴마크)도 스나베 전 CEO를 이사회 의장에 앉혔다.

그는 SAP를 빅데이터 분야 선두주자로 올려 놓은 인물로,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빅데이터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5월 빅데이터 관련 시장이 2015년 1220억달러에서 2019년까지 1870억달러 규모(연평균 성장률 50%)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산업이란 휴대폰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분야다.

커넥티드 홈, 스마트 도시,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역시 빅데이터라는 ‘재료’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디지털 혁신 선도 기업들은 사실상 ‘데이터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모든 정보를 축적하고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AI 번역기 ‘알렉사’를 선보였다. 그러자 애플은 두 달 뒤 자사의 AI 비서 서비스 ‘시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2억달러(약 2200억원)를 들여 딥러닝(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 플랫폼 벤처 ‘튜리(Turi)’를 인수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개인 정보를 손쉽게 축적,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이 가진 장점이다.

중국 정부는 ‘BAT’라 불리는 바이두(B), 알리바바(A), 텐센트(T)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있다. 미래 산업과 관련한 해외 최고 전문가 1000명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중국에 영입한다는 ‘천인계획’은 지난해 3월 ‘만인계획’으로 상향됐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