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AI시대 생존 키워드는 교육이다
“이제 우리가 모두 학교 선생님이 돼버렸네요.” 유수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한 CEO가 말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엔지니어도 MIT에서 배운 게 아니었잖아요. 포드가 교육한 거죠.” 다른 CEO가 맞장구쳤다.

참석자 사이에서 ‘인공지능(AI) 다보스’라 불릴 정도로 AI, 자동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다보스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은 한 단계 진전된 고민을 하고 있었다. AI로 인해 위협받고 없어질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 소득 불평등이 얼마나 더 심화할지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 자동화가 가져올 기회를 어떻게 현실화할지 구체적 논의를 벌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창조적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지능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경제 성장을 지속시킬 돌파구로 여겨진다. 반면 파괴의 위협 속에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커다란 사회적 도전요소가 있다. 변화가 요구하는 수준과 규모만큼 개인을 어떻게 교육하냐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 새로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800여개 직업이 수행하는 2000여개의 가치창출 활동 중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될 수 있다. 이 방법론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분석했더니 자동화로 완전히 대체될 직업은 1%도 안 됐다. 그러나 근로자의 86%는 업무의 20% 이상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그러니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대부분 사람이 자동화에 영향을 받는다’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업무의 20% 이상이 자동화된다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해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주 4일 근무는 물론 즐거운 얘기지만 그만큼 소득도 줄 것이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득이 줄지 않으려면 잉여 시간을 로봇이 못 하는 다른 가치창출 활동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매니저는 더 이상 일일이 시장조사 질문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남는 시간에 더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즉 자동화할 수 없는 활동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핵심은 교육이다. 자동화로 인해 새로 생길 직업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기존 직업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 모두 자동화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우려를 갖기보다는 자동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창출 방법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첫째, 내가 현재 하고 있는 활동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둘째, 인간이 할 수 있는 더 가치 있는 활동들은 무엇인지 셋째,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다.

재교육을 가장 서둘러 받아야 할 대상은 중간 정도의 기술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다. 로봇이 흉내내지 못할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의사결정 역량 등을 갖춘 사람들은 자동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오히려 대체 가능성이 낮다. 로봇을 들여놓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싸서다. 따라서 업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중간층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교육이 절실하다.

인간은 감각지각, 인지, 언어, 정서 등 18가지 역량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가치창출 활동을 한다고 한다. 인간이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을 ‘버그’ 없이 수행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자동화가 이런 인간의 영역을 넘본다면 인간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는 수밖에 없다. 밑에서 로봇이 성큼성큼 쫓아오는데 위로 올라갈 사다리의 발판이 하나 빠져 있다면 누가 놓아야 할까. 정부와 기업은 자동화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할 준비를, 개인은 배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글로벌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최원식 <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