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관처럼…공매도 쉽게 한다
투자원금 전부를 공매도 용도로 쓸 수 있는 투자상품이 증권업계 최초로 나온다. 개인도 증권사를 통해 기관투자가들과 다름없이 주식을 빌려 공매도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관에 비해 제약이 많아 공매도를 활용하기 어려웠던 개인투자자들이 간편하게 공매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500만원으로 주식·ETF 공매도 가능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달 27일 개인이 직접 투자대상을 골라 투자원금의 100%를 공매도할 수 있는 상품인 ‘QV 아이셀렉트(iselect) 롱숏플랫폼200’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투자원금의 100%만큼 레버리지를 일으켜 50 대 50 비율로 ‘롱쇼트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롱쇼트 투자는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기법이다. 공매도를 활용할 경우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쇼트)하고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롱)한다. 투자원금이 100만원이라면 100만원은 ‘매수’, 100만원은 ‘공매도’하는 식이다. 이 증권사가 작년 7월 출시한 ‘QV 아이셀렉트 롱숏플랫폼100’의 ‘개량판’이다. 이 상품은 투자원금만 50 대 50 비율로 롱쇼트 투자할 수 있게 설계됐다.

투자대상은 한국과 미국, 일본, 홍콩에 상장된 모든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다. 투자자가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이나 영업지점 창구에서 투자대상을 골라 롱쇼트 여부를 정하면 이 포트폴리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을 증권사가 발행, 여기에 투자하는 구조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 선취 수수료율은 0.5%다. 공매도할 때 대차(주식을 빌려준 것)에 대한 수수료율은 삼성전자 등 즉시 대차가 가능한 대형주(30~40개 종목)의 경우 연 1.5%다. 나머지 종목은 대차거래가 체결될 때 정해지는 비율에 따른다. 만기는 10년으로 만기 도래시까지 투자 포트폴리오 변경이 불가능하다. 환매수수료 없이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

◆기관처럼 제약 없이 대차

업계에선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한다. 개인이 직접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를 통해 대주거래를 해야 한다. 증권사가 빌려줄 수 있는 종목과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3억원 이하로만 빌릴 수 있다. 빌린 주식 규모만큼 현금을 담보로 잡혀 야 한다. 공매도 기간도 60일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비중이 1%도 채 안 되는 이유다.

QV 아이셀렉트 롱숏플랫폼200은 NH투자증권이 자사 자금운용한도(북·Book)를 활용해 기관투자가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빌려와 개인에게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기관들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중계시장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빌리고 빌려준다. 이 상품 출시로 개인도 사실상 기관과 같은 자격으로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이태윤 NH투자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은 “개인이 기관 대차시장에 진입해 제약 없이 원하는 만큼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된다”며 “투자 아이디어만 좋다면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처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별도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행 제도상 증권사가 개발한 공매도 관련 상품은 파생결합증권을 통해서만 운용이 가능해서다. 모든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소득세율은 15.4%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 상품이 활성화되려면 불필요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랩어카운트(개인자산관리계좌)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진성/이유정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