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베팅' MBK, 대성산업가스 품는다
국내 2위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인수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성산업가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추진하고 있는 경매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 입찰에서 MBK파트너스가 2조원(부채 7500억원 포함)에 육박하는 인수가를 제시해 경쟁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을 따돌렸다. 매각 측은 이르면 이번주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계약서 작성을 위한 세부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인 골드만삭스PIA(48.45%)와 대성합동지주(40%) 등이 보유한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다.

대성산업가스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방 산업에 산업용 가스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2015년 매출 5811억원에 영업이익 539억원을 올렸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1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41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4호 아시아 펀드를 조성한 MBK파트너스는 이달 초 본입찰에 참여한 TPG와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해외 대형 사모펀드들을 제치고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이는 등 국내 조(兆)단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를 휩쓸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국내 대형 바이아웃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MBK파트너스가 또 한번 통 큰 베팅을 했다”고 평가했다.

40억달러 규모로 아시아 7호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TPG는 한국에서 조단위 투자 능력을 출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TPG는 지난해 8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이상훈 모건스탠리PE 대표를 한국 대표로 영입하고 이번 거래에 공을 들여왔다는 후문이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PAG는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지만 ‘거래 종결의 확실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성산업가스는 대성합동지주의 전신인 대성산업이 1979년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함께 60 대 40 합작으로 설립했다. 2014년 에어리퀴드가 지분 40%를 매각해 합작 관계가 청산됐다. 이를 인수한 대성합동지주는 다시 지분 60%를 골드만삭스PIA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에 팔았다. 골드만삭스PIA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당초 지분 매각 계획이 없었지만 대성합동지주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함께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시장 예상에 비해 높은 가격에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성합동지주는 채무 상환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대성합동지주는 약 3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전망이다. 대성합동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대성산업은 오는 3월 943억원, 4월 1512억원 등 총 2455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유창재/좌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