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캠퍼스로 이름 변경
"최순실 사태 등 나쁜기억 연상"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창조경제단지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이달 초 대구시에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제안한 새로운 명칭은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다. 대구시는 삼성이 사업 주체인 만큼 삼성의 요구대로 단지 명칭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애초 3월로 알려진 개장 시기도 특검 등 여러 가지 현안을 고려해 4월로 정했다.
이곳은 삼성전자와 대구시가 2년간 조성해 온 대규모 창업·문화단지다. 삼성은 침산동 옛 제일모직 터에 창업단지를 꾸리기 위해 900억원을 투자했다. 3만6474㎡ 규모 단지에는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 건물이 복원돼 삼성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삼성상회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 인교동에 지은 지상 4층 목조건물이다. 이 회장은 여기에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며 장사를 시작했다. 삼성상회는 1997년 붕괴 위험으로 철거될 때까지 59년간 옛 모습을 유지하다가 삼성창조경제단지 조성을 계기로 20년 만에 옛 제일모직 터로 자리를 옮겨 복원됐다. 내부에는 삼성그룹의 역사를 보여주는 창업기념관과 영상관, 이 회장 집무실 등이 갖춰져 있다.
삼성이 갑작스레 창조경제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은 이곳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창조경제의 의미가 상당 부분 변질됐다.
삼성전자는 “벤처기업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니만큼 창의와 도전, 혁신 이미지에 맞게 명칭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