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패닉에 빠졌다. 국내 간판 기업인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우려해서다. 주요 그룹은 숨을 죽인 채 특검의 수사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전자는 한국 제조업 전체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표기업”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수사가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 다음 타깃으로 거론돼온 SK와 롯데, CJ 등 주요 그룹은 초비상이다. 당초 특검이 삼성 외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을 계기로 수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검의 1차 수사기한이 이달 28일로 끝나지만, 만약 기간이 연장되면 수사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액수에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포함한 데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두 재단에 774억원을 낸 18개 그룹(53개 기업)이 언제든 뇌물죄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