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2008년과는 또다른 위기"…비상경영체제 시험대 선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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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소 수개월 '총수 없는 경영'
이건희 회장 공백기와 달라
당시엔 자택서 수시보고 받아…구치소 수감된 지금은 불가능
사장단협의회 의결기구화
그룹 안정적 운영 가능하지만 책임 필요한 결정은 어려워
미래전략실이 그룹경영 관할
별도 시스템 개편 불필요…'미전실' 역할 강해져 부담
이건희 회장 공백기와 달라
당시엔 자택서 수시보고 받아…구치소 수감된 지금은 불가능
사장단협의회 의결기구화
그룹 안정적 운영 가능하지만 책임 필요한 결정은 어려워
미래전략실이 그룹경영 관할
별도 시스템 개편 불필요…'미전실' 역할 강해져 부담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앞으로 최소 몇 개월은 총수 없이 그룹을 꾸려 나가야 한다.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이 기간은 1~2년까지 장기화할 수도 있다. 그 기간에 어떻게 비상경영체제를 꾸려 나가느냐에 따라 경영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 미래전략실과 사장단협의회 등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08년보다 더 나쁜 상황
삼성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터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3월까지 23개월간 경영 현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어렵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은퇴 의사를 밝히고 공식 은퇴까지 2개월 남짓한 기간에 ‘총수 부재(不在)의 삼성’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다음달 바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고 6월에는 사장단협의회와 인사·투자·브랜드 관리의 3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 같은 작업을 모두 끝낸 뒤 그해 7월 공식 퇴진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자택에 머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영장 발부로 하룻밤 사이에 그룹 수뇌부와 물리적으로 분리됐다.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삼성은 줄곧 “이 부회장 구속을 가정한 비상경영체제는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도 “몇 가지 구상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해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을 대체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삼성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마련해야 할 비상경영체제의 성격도 과거와 다르다. 2008년에는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영구 퇴진을 전제로 경영 시스템을 꾸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은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그의 복귀를 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사장단협의회 등 각종 대안 대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8년처럼 사장단협의회를 의결기구화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당시 사장단협의회는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과 계열사 간 유사·중복 사업 조정 등을 맡았다. SK그룹도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비슷한 역할을 하며 그룹을 관리했다. 과거 시행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그룹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협의회 시스템의 특성상 책임감이 필요한 중요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삼성도 사장단협의회가 그룹을 이끄는 동안 스마트폰 점유율이 떨어지고 반도체 설비 투자가 지연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관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별도의 시스템 개편이 필요 없고 경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미 해체를 공식화한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져 비판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미래전략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내부적으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할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17일 증시에서 호텔신라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이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본다. 이미 이 부회장이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을 모두 확보한 가운데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필요한 혼선을 줄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언제든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만큼 기존 경영 시스템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삼성의 비상경영체제가 확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2008년보다 더 나쁜 상황
삼성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터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3월까지 23개월간 경영 현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어렵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은퇴 의사를 밝히고 공식 은퇴까지 2개월 남짓한 기간에 ‘총수 부재(不在)의 삼성’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다음달 바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고 6월에는 사장단협의회와 인사·투자·브랜드 관리의 3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 같은 작업을 모두 끝낸 뒤 그해 7월 공식 퇴진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자택에 머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영장 발부로 하룻밤 사이에 그룹 수뇌부와 물리적으로 분리됐다.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삼성은 줄곧 “이 부회장 구속을 가정한 비상경영체제는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도 “몇 가지 구상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해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을 대체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삼성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마련해야 할 비상경영체제의 성격도 과거와 다르다. 2008년에는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영구 퇴진을 전제로 경영 시스템을 꾸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은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그의 복귀를 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사장단협의회 등 각종 대안 대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8년처럼 사장단협의회를 의결기구화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당시 사장단협의회는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과 계열사 간 유사·중복 사업 조정 등을 맡았다. SK그룹도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비슷한 역할을 하며 그룹을 관리했다. 과거 시행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그룹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협의회 시스템의 특성상 책임감이 필요한 중요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삼성도 사장단협의회가 그룹을 이끄는 동안 스마트폰 점유율이 떨어지고 반도체 설비 투자가 지연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관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별도의 시스템 개편이 필요 없고 경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미 해체를 공식화한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져 비판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미래전략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내부적으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할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17일 증시에서 호텔신라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이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본다. 이미 이 부회장이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을 모두 확보한 가운데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필요한 혼선을 줄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언제든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만큼 기존 경영 시스템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삼성의 비상경영체제가 확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