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수출액 순위가 세계 8위로 하락했다. 전년보다 두 계단 떨어졌다.

세계교역 둔화 속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조선과 스마트폰 등의 부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팔랐기 때문이다.

1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작년 한국 수출액은 4955억달러로 전년(5268억달러)보다 5.9% 줄었다. 2015년 8% 급감한 데 이어 두 해 연속 뒷걸음질했다. 1956년 통계 작성 이후 한국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57년(-9.7%)과 1958년(-25.9%) 후 58년 만이다.

한국 수출의 세계 순위도 2015년 6위에서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2위에서 2009년 9위, 2010년 7위로 상승한 뒤 2015년 다시 한 계단 올라섰다. 하지만 작년 8위로 하락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한국의 수출 감소는 보호무역주의 부상에 따른 세계무역 둔화와 맞물려 있다. 작년 주요 71개국 기준 세계무역액(수출액+수입액)은 29조7410억달러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2015년 11.8% 줄어든 데 이어 두 해 연속 위축됐다. 세계무역액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2차 오일쇼크’ 영향으로 1981~1983년 3년 연속 감소한 뒤 33년 만이다.

여기에다 조선업황 장기 침체에 의한 ‘수주절벽’, 화학 등 주력 품목 단가 하락,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 자동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겹치면서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세계 무역액 감소율보다 더 컸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를 겪은 영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수출 감소율이 높았다.

다만 올 들어선 반도체 호황과 유가 상승 덕분에 월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연간 수출액도 3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0대 수출대국 중 6개국은 수출이 줄었지만, 4개국은 늘어 희비가 갈렸다. 중국은 작년 수출액이 전년보다 7.7% 감소한 2조982억달러에 머물렀지만 ‘세계 1위 수출대국’의 자리를 이어갔다. 미국은 1조4546억달러를 수출해 2위였다.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