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개방이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네 번에 걸쳐 호황과 불황을 경험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4차 호황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무엇이 다를까. 정유석 NHO 매니징디렉터는 “고급 아파트는 공급 초과”라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중저가 아파트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빈홈 센트럴파크 프로젝트(호치민시 Binh Thanh군 위치)
빈홈 센트럴파크 프로젝트(호치민시 Binh Thanh군 위치)
◆베트남 부동산 시장 소사(小史)

첫번째 호황은 1993~1994년에 있었다. 토지와 토지사용권 부분의 호황이었다. 새로운 토지법이 적용되기 전에 거래를 완료하려는 행위들이 빈번해 도시지역의 주택용지와 상업용지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두번째 호황기는 2001~2002년이다. 긴 정체기에 있던 주택시장이 갑자기 요동쳤다. ‘비엣큐’라 불리는 해외 거주 베트남인들도 주택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된 계 계기가 됐다. 토지에 대한 새로운 가격책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분위기와 투기꾼들의 예측과 평가가 결합되면서 호황을 만들어 냈다.

2007~2008년의 활황기는 앞서 두 차례의 호황과는 달랐다. 이번엔 고급 아파트와 빌라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3년에서 2007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눈비신 경제성장을 만들어 냈다. 2007년을 전후해 베트남 주식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투자자들은 쉽게 큰 돈을 벌었고,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자금이 고급 주택시장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베트남 부동산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정부는 18~23% 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강력한 거시경제 안정화정책을 취해야 했다. 신용증가율을 20%로 제한하고, 비제조업에 대한 신용한도는 16%이하로 묶었다. 부동산 시장을 암울하게 하는 조치였다.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낮아졌다. 2012년에는 10년 내에 가장 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부동산 가격도 평균 15~20% 정도 하락했으며, 일부 지역과 프로젝트는 50% 이상 하락한 경우도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베트남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신용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베트남자산공사(VAMC)가 설립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주택(Social Housing)을 대규모로 짓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30조 베트남동(한화 약1.5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마련해 5%대 이자율(일반 대출이자 9~13%)로 공급했다. 부동산 금융의 하나인 리츠(REITs)가 나온 것도 이맘때다. 토지법과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해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유인하기도 했다.
[베트남 리포트] 베트남의 네 번째 부동산 호황…버블인가, 기회인가
◆부동산 거품론도 나와

2015년부터 시작된 네번째 호황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호치민시에서만 연간 최대인 55개의 프로젝트, 총 4만2242호의 아파트가 착공했다. 이 중 32개 프로젝트(58.2%)가 ㎡당 분양가 1000~2000달러의 중상(中上)층을 위한 아파트다. 이전 활황기가 최고급 아파트(㎡당 2000달러 이상)와 빌라시장에 국한되었던 데에 비해 이번에는 중상층 시장으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 협회(VREA)에 따르면 부동산 분야 대출 규모는 420조동(한화 약 21조원)으로 작년에 비해 100조동(한화 약 5조) 가량 늘어났다. 2013~2015년 부동산 분야 대출 증가율이 50%를 넘어 시장 평균을 웃돌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부동산 분야 대출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부동산 분야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12%에 그쳤고, 올해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소(CIEM)에 따르면 은행권이 부동산 대출을 옥죄고 있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단기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투기가 줄어들고 시장의 열기가 식을 것이란 셈법에서다. 그러나 실수요에 기반한 ‘어포더블(㎡당 1000달러 이하)’ 주택시장은 꾸준히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이 부문을 중심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국제적인 부동산 컨설팅 그룹인 CBRE 베트남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구매자의 40% 정도가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한다. 부동산 ‘버블’ 사태가 발생한 2007년에 70% 이상이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수요의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작년 초만해도 시장은 고급 주택 및 세컨드 하우스가 호황을 누렸지만 연말로 가면서 중저가의 경제적인 주택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빈그룹, 노바랜드, 하도 등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사들이 고급 주택 시장에만 주목하며 이 부문에 과잉 공급이 발생했고, 중저가의 경제적 주택 시장은 오히려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하노이에 2만세대 이상, 호치민에 3만8000세대 이상이 공급됐다. 이 물량 중 고급 주택 비율은 하노이와 호치민이 각각 40%와 50%에 달했다. 호찌민시에서는 고급 주택 부문에서 호황을 누렸던 힘람(Him Lam), 흥틴(Hung Thinh), CT그룹 등의 큰 기업들이 중저가 주택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개발사로는 타이완 계의 다신(Dacin), 한국-싱가폴계인 N.H.O, 일본계열인 글로벌 그룹, 한큐그룹, 니시니폰 레일로드와 같은 회사들이 있다.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 높아져

올해 부동산 시장은 자체적인 조정장세로 들어설 전망이다. 2015년 이후 착공한 고가(㎡당 2,000달러 이상) 아파트들이 하나둘 입주를 시작하면서 공급초과로 인한 임대수익률 하락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인 9000여 세대의 빈홈 센트럴파크가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다. 호치민시 고가 아파트 가격의 기록을 갱신한(기존 ㎡당 2500달러 수준에서 ㎡당 4,000달러 이상) 빈홈 골든리버 프로젝트도 연말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고급 아파트 시장은 ‘공급초과-수요한정’이라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얘기다. 임대수익률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다. 다만, 고가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가 아파트 프로젝트들의 위치와 편의시설 및 단지의 규모가 기존과는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로 좋기 때문에 투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올해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총 수요의 65~7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베트남 부동산 협회(VREA)는 내다봤다. 호찌민시만해도 한 주택의 가격이 4만5000달러(한화 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를 중저가 아파트로 보고 있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실수요자들이 금융권 대출을 끼고 가격에 대한 큰 부담없이 구매 할 수 있다고 보는 수준이다.

25%의 구매자 선납금과 70%의 은행 대출로 구매가 가능한데 대출 원금 3500만원에 이자율 9~11%로 보면 월 30~35만원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월세 내는 돈으로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부동산 개발회사들도 올해는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홈 센트럴파크와 골든리버를 개발하는 빈그룹도 빈시티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중저가 주택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고가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던 모습에서 중저가 아파트를 위한 시장으로 확대되며 재편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점점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호찌민=정유석 NHO 매니징디렉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