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업무수첩 39권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어간 경위가 재판과정에서 확인됐다.

안 전 수석 보좌관 출신으로 이 수첩을 보관하던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입을 통해서다. 김 전 비서관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1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이 나머지 수첩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담감을 벗고자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수첩’의 존재는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과정에서 처음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임의로 가져온 안 전 수석 수첩 11권을 압수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시 수첩은 더 이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39권의 수첩을 더 가져와 진술을 번복했다. 김 전 비서관은 “잘못하면 (수첩을) 다 압수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거짓말을 했다”며 “검찰에 수첩 11권을 가져갔을 때는 기밀도 있고 해서 열람만 시키려고 한 것인데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수첩이 증거로서 자격(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 전 비서관이 특검에서 구속 수사의 압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수첩 39권을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위법한 방식으로 압수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