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로소 피오렌티노 '음악의 천사'
서양미술은 중세 이후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파를 거쳐 현대미술로 진화해 왔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유행한 특유의 미술 양식이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다. 기존의 사실적 재현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에 따라 작업한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화가 로소 피오렌티노(1494~1540)는 마니에리스모 화풍을 이끈 작가로 유명하다.

로소의 ‘음악의 천사’는 마니에리스모 화풍의 걸작이다. 아기 천사가 류트를 연주하며 음악에 빠져 있는 분위기를 자신만의 화법과 상상력으로 그렸다. 아기 천사의 불그레한 뺨, 금발의 곱슬머리, 앙증맞은 손가락, 퍼덕이는 양 날개가 극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오른쪽 날개는 흰색과 밝은 빨강, 왼쪽 날개는 회색과 갈색으로 묘사해 인간의 영혼 속에는 빛과 어둠, 천국과 지옥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일깨워준다.

로소를 둘러싼 흥미로운 일화도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드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로소는 대인기피증과 불안장애, 우울증에 시달렸고, 밤마다 묘지의 시체를 파헤친다는 괴소문까지 돌았다. 엽기적인 화가로 악명을 떨치던 그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