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투자 바람①] 박스피에 '염증'…고수익 좇아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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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베트남 건설사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보고 있다. 김씨는 작년 여름 하노이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후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매입했다. 베트남 경제가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기와 닮았다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최근 그는 미국으로 눈을 돌려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페이스북을 공부하고 있다.
답답한 국내 증시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는 물론이고 장밋빛 전망으로 무장한 신흥국은 높은 수익률로 매력을 더해가는 중이다. 고수익을 좇아 해외로 나서는 투자자들의 잰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금액은 2012년 29억2400만 달러(약 3조3500억원)에서 지난해 123억5200만 달러(약 14조1700억원)로 5년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주식 결제대금은 310조8000억원에서 269조9000억원으로 13% 감소해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 다우지수 60% vs 코스피 3%…정답은 '수익률'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20,775.60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가 지난 5년간 60%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 닥스지수가 75%,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니케이225지수는 102% 급등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다우지수가 26%, 닥스지수와 니케이지수가 각각 25%, 20%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9% 상승에 머물렀다.
신흥국 증시와 비교하면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정치 불안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신흥국 증시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58%, 베트남의 VN지수는 27% 올랐다.
전문가들은 증가하고 있는 해외 증시 직접 투자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규모가 작은 데다가 저성장 국면에 놓여있어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고, 실제 수익률로 이를 충족시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 매력도 각양각색"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과 신흥국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미국 홍콩 중국 일본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이는 국가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금액은 8조1900억원, 홍콩은 2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투자 규모가 2015년 68억원에서 이듬해 9500억원으로 폭증했다. 일본은 6150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뚜렷한 반전을 보인 물가와 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투자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정책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신성장 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기업분석실 팀장은 미국의 아마존과 머크, 중국의 메이디(Midea)를 유망종목으로 선정했다. 아마존은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점쳤고, 머크는 경제 흐름에 구애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디는 지난해 독일의 로봇 제조업체를 인수한 것이 호평을 받았다.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이 있고,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면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신흥국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베트남은 미국을 비롯한 4개 국가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몰린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대만 등도 해외 주식 투자 상위국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 부장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진다면 원자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관심을 가질 필요 있다"고 했다. 그는 주목하고 있는 신흥국으로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 "기업 분석은 면밀하게, 장기간 투자해야"
해외 투자가 마냥 장점만 지닌 것은 아니다. 수익률은 달라도 위험은 언제나 같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보다 해외 증시의 상승폭이 클 수 있어도 내재 위험은 똑같다는 얘기다.
특히 해외 증시나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시장 및 기업 분석을 보다 면밀히 해야 한다. 시간과 장소에서 초래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창권 팀장은 "시차가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만연한 단타 매매는 해외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해외 주식은 적어도 6개월 이상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흥국은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작고, 분석 자료도 많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가 처음이라면 신흥국보다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투자에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는 양도차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후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답답한 국내 증시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는 물론이고 장밋빛 전망으로 무장한 신흥국은 높은 수익률로 매력을 더해가는 중이다. 고수익을 좇아 해외로 나서는 투자자들의 잰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금액은 2012년 29억2400만 달러(약 3조3500억원)에서 지난해 123억5200만 달러(약 14조1700억원)로 5년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주식 결제대금은 310조8000억원에서 269조9000억원으로 13% 감소해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 다우지수 60% vs 코스피 3%…정답은 '수익률'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20,775.60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가 지난 5년간 60%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 닥스지수가 75%,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니케이225지수는 102% 급등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다우지수가 26%, 닥스지수와 니케이지수가 각각 25%, 20%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9% 상승에 머물렀다.
신흥국 증시와 비교하면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정치 불안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신흥국 증시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58%, 베트남의 VN지수는 27% 올랐다.
전문가들은 증가하고 있는 해외 증시 직접 투자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규모가 작은 데다가 저성장 국면에 놓여있어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고, 실제 수익률로 이를 충족시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 매력도 각양각색"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과 신흥국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미국 홍콩 중국 일본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이는 국가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금액은 8조1900억원, 홍콩은 2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투자 규모가 2015년 68억원에서 이듬해 9500억원으로 폭증했다. 일본은 6150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뚜렷한 반전을 보인 물가와 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투자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정책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신성장 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기업분석실 팀장은 미국의 아마존과 머크, 중국의 메이디(Midea)를 유망종목으로 선정했다. 아마존은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점쳤고, 머크는 경제 흐름에 구애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디는 지난해 독일의 로봇 제조업체를 인수한 것이 호평을 받았다.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이 있고,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면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신흥국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베트남은 미국을 비롯한 4개 국가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몰린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대만 등도 해외 주식 투자 상위국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 부장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진다면 원자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관심을 가질 필요 있다"고 했다. 그는 주목하고 있는 신흥국으로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 "기업 분석은 면밀하게, 장기간 투자해야"
해외 투자가 마냥 장점만 지닌 것은 아니다. 수익률은 달라도 위험은 언제나 같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보다 해외 증시의 상승폭이 클 수 있어도 내재 위험은 똑같다는 얘기다.
특히 해외 증시나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시장 및 기업 분석을 보다 면밀히 해야 한다. 시간과 장소에서 초래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창권 팀장은 "시차가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만연한 단타 매매는 해외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해외 주식은 적어도 6개월 이상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흥국은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작고, 분석 자료도 많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가 처음이라면 신흥국보다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투자에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는 양도차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후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