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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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모펀드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지만 펀드슈퍼마켓을 이용하는 펀드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를 팔고, 해외 주식형 펀드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해외 주식시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23일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24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말(1765억4000만원)보다 476억9000만원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월 2346억5000만원이었던 설정액은 지난달 말 1890억1000만원으로 456억4000만원 쪼그라들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고스란히 해외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셈이다.

올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75억9000만원이었던 해외 주식형 펀드는 12월 2.45%, 1월 5.43% 증가한데 이어 이달 들어 전날까지 6.4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해외 주식 투자 바람③·끝]펀드도 해외펀드…고성장에 비과세 혜택까지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012년 이후 1900~2100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를 처분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 증시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도 한 몫 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달리 매매·평가차익(환차익포함)에 15.4%의 세금을 낸다. 수익률에 비해 해외 주식형 펀드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계좌개설 후 최대 10년 간 15.4%의 세금을 면제받아 수익을 온전히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세제 혜택기간에는 중도인출이 가능하고 중도해지 시 세제상 불이익이 없다.

저금리 기조 속 절세 혜택까지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수요가 몰렸다. 출시 10개월만에 26만계좌를 넘어섰으며, 누적 판매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말 기준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총 판매잔고는 1조 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한 달만에는 약 800억원이 유입됐다. 유입된 자금은 베트남, 중국, 미국 등의 국가로 흘러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아세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오랜기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비과세 해외 주식 펀드의 가입기간이 올해까지 한정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 자금이 몰린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성장세가 워낙 높고 증시 상황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라며 "해당 국가들은 비과세 해외 펀드뿐 아니라 다른 해외 펀드들의 자금도 빨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 투자 바람③·끝]펀드도 해외펀드…고성장에 비과세 혜택까지
올해 전체 공모펀드시장에서 해외 주식형펀드로 몰린 돈(비과세 포함)은 인도, 러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인도 주식 펀드에만 70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다음으로는 러시아, 베트남에 각각 353억원, 11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3개월 누적으로는 인도 러시아 베트남에 몰린 돈이 각각 894억원, 290억원, 132억원이었다.

최근 한 주간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에 1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인도 러시아 베트남에 각각 105억, 41억, 1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다시 유입된 점을 주목했다. 그는 "미국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것은 트럼프 정책 기대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회복, 긍정적인 거시경제 지표 개선세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 기조가 더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활성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올해 말로 세제혜택이 일몰되는 비과세 해외 주식투자 펀드 혜택 연장을 기획재정부 국회에 요구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