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경남 김해] '국제결혼 1호' 김수로왕-허왕후, 역사일까 신화일까
금관가야 시조인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결혼 이야기는 가야사 최대 미스터리로 꼽힌다. 삼국유사 가락국기가 전하는 김수로왕 건국신화 내용은 이렇다. 인도의 고대국가였던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이 16세에 바다를 건너와 가야국의 시조 수로왕의 왕비가 됐다. 첫 항해에서 풍랑을 만나 바다를 건너는 데 실패한 그는 파사석탑을 싣고 재도전해 김해에 닿았다. 이른바 ‘한반도 1호 국제결혼 커플’이자 ‘다문화가족의 시조’인 셈이다.

반론도 있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지난달 펴낸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라는 책에서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사실은 만들어진 역사에 불과하다”며 “1076년 가락국기가 처음 쓰인 뒤 1000년 동안 변형되고 살이 붙어 오늘날의 신화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 과정은 이해관계가 있는 종친, 지역 불교계, 관청, 일부 학자들에 의해 재구성됐다며 허왕후 신화의 역사화 과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해시는 이 교수의 반론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조강숙 김해시 관광과장은 “이 교수의 주장도 상당 부분 개인적인 추정에 기인하고 있고 삼국유사에 담긴 내용을 뒷받침하는 역사학자와 언어학자의 주장도 많다”며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는 김해의 관광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오는 9월 열리는 ‘허왕후 신행길 축제’(사진)를 즈음해 허왕후의 출신국인 인도와 문화교류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에서 진행 중인 허왕후 기념공원 새 단장에 맞춰 불암동 서낙동강변에 허왕후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기념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