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월 기준금리 '동결'…가계부채 급증·美 금리인상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및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계부채 수준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이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1340조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정부가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음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증가율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14년(6.5%)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증가율은 2015년 10.9%, 지난해 11.7%로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6년(11.8%)에 이어 역대 2위 수준이다.

양적 팽창뿐 아니라 부채의 질이 악화된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자 비은행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이 9.5% 증가하는 동안 비은행권 대출은 17.1%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한 자릿수로 관리하고 비은행 대출 리스크 관리를 밀착 감독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백 연구원은 한은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미국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으며, 금리인상이 곧 단행될 것을 시사했다. 의사록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경제 지표의 호조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아주 가까운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본격화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커지고 환율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정치 상황 또한 탄핵심판, 대선정국이 뒤엉키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3월에는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 제출, 의회와의 부채한도 협상, 네덜란드 총선, 브렉시트 협상, FOMC회의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대내적으로도 탄핵정국, 가계부채 문제 등이 있어 금리 기조를 변경하기엔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