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로벌 기업 흑역사를 통해 본 '실패의 경영학'
KFC 창업자 커널 샌더스(1890~1980)는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다. 젊은 시절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맛본 샌더스는 62세에 설립한 켄터키프라이드치킨으로 성공해 빛을 봤다. 그는 훗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실패는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주어진 기회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2》는 샌더스와 같이 기업 구성원이 실패한 경험을 무형의 자산으로 축적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27개 글로벌 기업의 실패 경험을 △경영철학의 부재 △잘못된 의사결정 △윤리의식 결여 △미래예측력 부족 △전략적 사고의 부재 △협상력·설득력 결여 △기업 이미지 실추 △허술한 인재관리 △직원 동기부여 실패 등 아홉 가지 유형으로 나눠 들여다본다.

친환경 디젤차의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치를 조작하고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폭스바겐, 가구 제품 하자로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국가별로 실정법에 맞춰 대응을 달리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케아 등 비교적 최근 발생한 일도 등장한다. 두 기업 모두 ‘윤리의식 결여’로 위기에 빠진 사례다.

저자는 폭스바겐에서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과 은폐가 이뤄진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한다. 폭스바겐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회장이 권력 투쟁에서 패배해 물러날 정도로 경영권을 둘러싼 살벌한 정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권력투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서는 경영권을 가진 리더의 윤리의식 유무에 따라 윤리경영이 이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폭스바겐의 부정은 경영진의 윤리의식 결여가 그대로 현장까지 전달돼 회사 전체가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케아 사건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날카롭다. 사고가 발생한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관련 법 조항을 따져 최대한 해당 제품의 리콜을 미룬 이케아의 행위는 이 회사의 기업윤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증거다. 세련된 디자인 뒤에 감춰진 이케아의 이윤지상주의가 드러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원인을 제품 조립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이케아 판매시스템에서 찾는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제품의 하자를 따지기보다 소비자가 조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 탓으로 여기는 기업 풍토가 결국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윤리의식의 결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이 누군가 자사 제품에 독극물을 넣은 사건에 휘말렸을 때 보여준 처신은 윤리경영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존슨앤드존슨은 ‘회사도 피해자’라고 변명하는 대신 윤리경영 헌장에 따라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필요한 정보를 즉시 공개하고 현역 직원은 물론 퇴직한 직원까지 동원해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모두 회수했다. 이런 신속한 대처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았다.

저자는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윤리의식 결여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윤리경영이야말로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경영전략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