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3일 오후 4시2분

[마켓인사이트] 중국 정부 등에 업은 더블스타…박삼구와 '금호타이어 레이싱'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본사가 있는 중국 칭다오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1조원을 베팅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발판으로 더블스타를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블스타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임박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와 채권단 등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중국 칭다오 지방정부의 투자금과 중국은행의 인수금융을 등에 업고 1조원의 인수가를 써냈다. 현재 더블스타는 거래 종결 이후 우발채무 발생시 손해배상 조건 등을 채권단과 협의하고 있다. SPA 체결 시점은 다음달 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더블스타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국내 근로자의 고용 승계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칭다오 지방정부가 지원에 나선 것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5년 세계 5위인 이탈리아의 피렐리 타이어를 인수한 켐차이나와 함께 더블스타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중국 정부의 협조 아래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1조원에 달하는 베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42.01%. 이 지분 가격을 토대로 계산하면 부채를 포함한 금호타이어의 전체 기업 가치를 4조원대 중반으로 평가한 셈이다. 금호타이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약 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용된 멀티플배수(EV/EBITDA)는 약 15배에 달한다. 멀티플배수는 인수합병(M&A) 거래 시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수치다. 상장된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의 평균 멀티플배수가 5~6배인 점을 감안하면 금호타이어 인수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은 1조원 상당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국내 대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액만큼만 내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FI들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향후 미리 정한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더블스타와 채권단 간 SPA 계약이 체결된 시점에서 30일 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인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우선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이후 잔금을 모두 납부하면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

이지훈/김태호 기자 lizi@hankyung.com